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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차] 코로나19 사태 중의 “사후 제갈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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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시민
기사입력 2020-03-05

♨ 1월 23일 코로나 19가 유행되는 중국 우한시가 봉쇄되니, 서방에서는 인권침해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봉쇄 초기의 혼란은 그런 비판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듯싶었다. 그런데 한 달 지나 천만 대도시 우한에서 질병 확산이 통제되고 진정세로 들어갈 때 이탈리아에서 환자들이 급증하는 바람에 여러 도시가 봉쇄되었다. 그렇다 해서 이탈리아의 처사를 비난하는 소리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서방인들의 이중잣대사용이 오지다. 서양인들을 따라 우한 봉쇄를 비판하던 사람들이 머쓱해졌는지 모르겠다. 

 

♨ 사실 봉쇄 후 우한 확진자, 의심 환자들이 급증하고, 중국 각지에서 확진자, 우한 출신자들이 늘어나면서 방문 나서기조차 겁이 나던 시기(특히 1월 말 2월 초)에 중국에서는 봉쇄 자체 비판보다 봉쇄가 늦었다는 비판이 유행되었다. 중국공정원 원사이며 우한에서 치료를 진두지휘한 전염 병전문가 리란쥐안(李兰娟, 73)은 언론과의 대담에서 우한 방문 전문가팀이 정부에 봉쇄를 제의한 후 며칠 더 관찰해보다가 봉쇄가 결정되었다고 밝혔고 중국질병통제센터의 수석과학자 쩡광(曾光, 74)은 언론과의 대담에서 늦지도 이르지도 않게 적당한 시기에 봉쇄했다면서 봉쇄 결정 선포 전에 국내외의 그 누가 봉쇄 말이라도 꺼냈느냐고 반문했다. 인구 천만 대도시 봉쇄는 인류 역사상 처음이라 하고 우한 봉쇄에 뒤이은 인구 6천만 후베이성 봉쇄는 더구나 들어보지도 못한 일이다. 봉쇄를 둘러싼 비난은 비난을 위한 비난의 성격이 짙다. 

 

♨ 인간이란 문제에 부딪히면 흔히 경험 그것도 성공 경험에 의거하여 풀려고 하다나니, 우한시에서 코로나19 발열 증상자들이 많이 늘어날 때 중국 정부는 사스 퇴치 성공 경험을 되살려 훠선산, 레이선산 두 병원을 10여 일 동안에 건조했다. 합치면 2천 수백 개 특수 병상을 가졌는데 한국의 누군가는 훠선산 병원의 병상 1,000개는 서울대병원의 병상 수와 맞먹는다면서 그렇게 큰 병원의 급조에 의심의 눈길을 던졌다. 품질이 따라가겠느냐고. 그런데 두 병원은 증증, 위중증 환자들을 숱해 치료하면서 잘 굴러갔고 오히려 문제는 다른 데서 나왔다. 환자 수가 너무 많아져 병상 2천여 개 증가로는 의료자원 부족을 풀 수 없었다. 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로 체육관, 대학교 기숙사 등을 개조한 팡창병원([정문일침 628] 코로나19 대응의 타산지석 http://www.jajusibo.com/49382)이 생겨났고 2월 5일 만 명을 훨씬 넘기는 경증환자들을 수용하면서 병상 부족 문제가 드디어 풀렸다. 처음에는 외부인들이 수용소라는 식으로 비난했으나, 숱한 환자들이 편안히 잘 보내고 완치되어 출원하다 나니 그런 비난은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 한국 대구시에서 병 상부족으로 많은 확진자가 입원하지 못하니 수련원 같은 곳을 활용해 환자들을 집단격리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우한 팡창병원의 경험에 의하면, 경증환자들의 간이식 병원 집단치료에서는 심리치료가 의학치료보다 못지않게 중요하니, 대구시 자체와 외부에서 심리치료 전문가들을 배치하는 게 중요하겠다. 팡창병원이 잘 운영되니 비웃던 사람들이 태도를 바꾸어 왜 일찍 그런 병원을 만들지 않았느냐고 비난했다. 우스운 현상이다. 

 

♨ 코로나19 사망자는 1월에 벌써 여럿 나왔는데, 첫 부검은 2월 16일 새벽에 이뤄졌다. 그 결과는 치료방안을 개선했고 중증, 위중증 환자들의 병세 완화에 크게 기여를 하였다. 그러자 또 왜 일찍 부검하지 않았느냐는 비난이 나왔다. 반대로 중국의 부검 결과가 한국에서 보도된 후, 한국의 어떤 네티즌들은 한국에서는 왜 사망자들을 부검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실제로 중국의 관련 보도들과 전문가 대담들에서 설명되었다시피 부검은 반드시 유족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기에 2월 중순에야 의사들의 설득이 성공하여 부검이 진행되었는데, 첫 부검을 집도한 화중과기대 퉁지의학원 법의학과 교수 류량(刘良, 59)은 언론과의 대담에서 그 사망자가 인류의 질병 치료를 위해 위대한 기여를 하였다고 높이 평가했고, 첫 부검 이후 10여 구 시체를 해부했는데, 요즘은 죽어가는 사람 본인 혹은 가족들이 분분히 시체를 바치겠다고 나서서 특별히 감동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의 상황을 제대로 알게 되면 한국에서 부검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정부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게 얼마나 한심한지 알 수 있겠다. 

 

♨ 위의 몇 가지 경우처럼 사후에 이러쿵저러쿵하는 사람들을 중국에서는 “쓰허우주거량(事后诸葛亮,사후제갈량)”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삼국지》에서 제갈량은 일이 생기기 전에 아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여 제갈량은 사전에 알고 주유는 발생 과정에 알며 조조는 사후에 안다는 말도 생겼고, 세 갈래 세력이 부딪친 적벽대전에서 이 세 인물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사후 제갈량 노릇은 기껏해야 쓸데없는 입방아 질이라는 조롱을 받겠지만 사전 제갈량 노릇을 하는 건 일정한 정도의 모험이다. 예언이 빗나가기 쉽기 때문이다. 게다가 뭔가 뭔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함부로 예언, 단언하다가는 망신살이 뻗친다. 봉쇄 기간 우한시에서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상황들이 생겨나던 무, 베이징 모 대학의 모 교사는 우한시 지도자들을 맹비난하면서 한국에서 저렇게 병이 퍼지면 도지사가 벌써 자살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역사를 잘 아는 사람들이 곧 그 주장을 비판해 잠깐 다툼이 벌어졌는데, 한 달도 지나지 않아 한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대구, 경북이 우한, 후베이와 비교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네티즌들이 그 교사의 전날 주장을 다시 끄집어냈다. 자, 지금 대구, 경북에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폭증하는데 시장, 도지사가 자살했는가? 어디 할 말이 있으면 해보라... 필자가 아는 한국에서는 질병 유행으로 지방 장관이 자살할 리 없다. 어떤 의미에서 필자도 사전 제갈량 노릇을 한 번 해보는 셈이다. 필자가 맞을 지 그 교사가 맞을 몇 달쯤 지나면 시간이 정답을 알려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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