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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의 치유하는 삶] 15. 인체는 조립체가 아니라 ‘한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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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
기사입력 2020-06-01

남편이 최근 오른쪽 어깨에 통증을 호소하더니 요 며칠은 아예 그쪽 팔을 움직이지 못하고 통증 때문에 잠을 이루지도 못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습니다.

처음엔 오십견이 올 때가 됐지, 라며 둘 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가볍게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경련이 인 듯 흔들어주는 상체 모관운동을 권했습니다. 몸을 눕히고 손발을 모두 수직으로 올린 채 하는 전신 모관운동에 비해 아무 곳에서나 할 수 있고, 급하게 혈액순환이 필요한 순간, 발작이라거나 경기 등이 있을 때도 매우 효과적인 운동이 모관운동입니다. 

모관운동은 혈관을 강화하고 혈액순환을 돕는 가장 간단하고 위력한 운동입니다. 누워서 팔다리를 모두 들고 모관운동을 1분 이상 수차례 하면 허리와 복근 강화에도 좋습니다. 

 

여튼 남편은 나의 충고를 그렇게 귀담아듣는 눈치는 아니었습니다. 

모관운동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오히려 평소 자신이 고집하던 플랭크와, 스쿼트, 팔굽혀펴기 등을 헉헉거리며 하더니, 다음날부터는 아예 팔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걸음만 걸어도 그 진동으로 비명을 지르거나, 부드러운 마사지에도 통증을 호소하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남편은 어지간히 아파도 약을 쓰기보다 며칠 견디고 마는 사람인데, 이번에는 얼마나 아픈지 새벽 3시에 진통제를 달라고 해 먹고서도 잠들지 못 했습니다.

어디 부딪친 것도 아니고, 어깨가 빠진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통증이 심하다니, 정형외과에 가서 사진을 찍어봐야 하나 걱정이 되었습니다.

 

양방병원의 효용성으로 볼 때, 외과와 정형외과, 산부인과야말로 중요한 병원입니다. 응급상황 시, 이들 병원만큼 특화되고 결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곳이 세상에 드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효용성에도 불구하고 어깨 사진을 찍어봐야 하나 고민을 하자니, 몇몇 상황이 떠오릅니다.

 

친정아버지는 7남매 중 여섯째였습니다. 지금은 두 분의 고모와 셋째 큰아버지만 생존해 계시고 아버지 포함 네 분은 모두 작고하셨습니다. 그 네 분이 모두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대장암으로 돌아가신 제일 큰 아버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상당 기간 근골격계 관련 질환으로 약을 복용하시는 한편, 수술을 하셨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공무원이셨던 둘째 큰아버지는 오랫동안 요통으로 병원 신세를 지셨음에도 돌아가시기 직전에야 그 부위에 암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돌아가신 고모는 천안에서 꽤 커다란 가구점을 하셨는데 호탕하고 시원시원해 어릴 적 제가 보기에도 여걸 그 자체였습니다. 고모는 어깨가 아파오자 어깨에 인공관절 수술을 했습니다. 당시 너무 편하고 좋다면서 모두 아프면 참지 말고 인공관절로 바꾸라고 하셨는데, 그 후 2년이나 지났을까, 담도암으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아버지는 오른쪽 고관절과 디스크 등으로 수년 동안 서울대병원을 다니시며 약을 드시다가 주변의 권유로 인공관절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수술받으시고는 이렇게 좋은 걸 진작할 걸 괜히 참고 살았다고 여러 차례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후 역시 2년 정도 지났을까... 간과 췌장에 생긴 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분업의 편리함과 신속성이 갖는 장점이 분명히 있음에도 인체를 부분부분 갈라서 들여다보고 진단하는 것은 확실히 위험한 접근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습니다. 

뼈와 근육의 통증이 꼭 뼈와 근육의 질환으로 인한 것이 아닐 확률은 생각보다 높습니다. 

잠복해 있는 결핵균을 죽이기 위해 무릎에 뜸을 놓기도 하고, 왼쪽 팔의 통증이 많은 경우 심장의 이상을 나타내기도 하며, 오른쪽 어깨의 통증이나 눈의 침침함이 간담의 무리를 나타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기도 모르는 장의 상태가 혈액의 점도나 두통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그러니 어깨를 찍고, 머리 사진을 찍는다고 근본 원인이 찍힐 리 만무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당장 정형외과에 쫓아가 사진을 찍어야 할 것 같이 바쁘던 마음이 다소 침착해졌습니다.

 

돌아보니 남편이 올해 들어 유독 아침 기상에 시간이 드는 것이며 지방 출장 후 새벽에 귀가하면 전에 없이 힘들어하던 것이며, 술자리 이후 회복에 긴 시간이 필요했던 것 등등이 떠올랐습니다.

건강 문제를 자기와는 상관없는 문제로 치부하던 오만에 드디어 칼을 대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주말 내내 얼마나 아픈지 담배를 태우러 나가지도 못하는 것을 보며, 밀가루와 간식을 엄금하고 금주의 필요성을 훈시하는 한편, 염증 치료에 좋은 율무를 더한 잡곡밥과 피를 맑게 하는 양파껍질차, 생채소 등을 주입했습니다. 화끈거린다는 엄살을 무시하고 커다란 겨자떡을 만들어 찜질을 강행 했습니다. 

날이 밝으면 한의원에 가서 뜸과 침 치료를 받게 할 결심인데 과연 말을 들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내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 것만 고치면 더 멋진 성품으로 행복한 생활을 누릴 것인데 말입니다.

 

▲ 몸에 염증이 발호할 수록 맑은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 황선

 

▲ 겨자가루: 통밀가루 =7:3, 약 60도의 물에 반죽해 면포에 싸서 찜질  © 황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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