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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제도 정비를 위한 과제, 국가범죄와 국가보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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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구 주권연구소 연구원
기사입력 2020-06-20

문재인 대통령은 6월 10일, 6월 민주항쟁 기념사에서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잘 정비”되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말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는 잘 정비되었을까?

 

온 국민을 처벌할 수 있는 ‘법’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우리나라엔 아직도 국가보안법이 존재한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과거 변호사 시절 국가보안법 사건을 여러 번 다뤄보았을 것이다.

 

예컨대 이시우 작가는 위 사진을 전시했다는 죄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국가보안법 중 국가기밀 누설죄였다.

 

1979년엔 한 시민이 “부산에서 의령까지 가는 도로는 고속도로로 되어 있어 옛날에는 걸어서 며칠이나 걸리던 것이 지금은 차편으로 2시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다는 국가기밀을 탐지, 수집했다는 죄로 유죄판결을 받기도 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판결이 가능한 것은 국가보안법은 ‘적을 이롭게 할 목적’으로 한 행동이면 모두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이 똑같이 고속도로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도 사법기관이 특정인을 콕 찍어 ‘적을 이롭게 할 목적이 있다’고 주장하면 국가보안법으로 기소 및 처벌까지 가능한 것이다.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도 6월 4일 문재인 대통령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 ‘김정은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등 발언으로 국민을 속였다”는 것이다.

 

만약, 이 재판이 실제로 진행된다고 가정해보자. 판사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을 도와주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하면 유죄판결을 내릴 수 있다.

 

국가보안법은 궁예가 관심법을 쓰듯 사람의 ‘생각’을 멋대로 재단해 처벌할 수 있는 초유의 악법이다. 일제도 과거 이 국가보안법(구 치안유지법)으로 우리나라를 강점했다. 독재정권들도 국가보안법으로 민주주의를 말살했다. 그런데 그런 국가보안법이 아직도 살아있다. 지금도 권력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이 국가보안법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기초 중의 기초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다. 사람의 ‘생각’을 처벌해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가로막는 국가보안법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 민주주의 제도가 잘 정비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국가기관의 폭력

 

과거 독재시절에 횡행하던 국가기관 폭력도 여전히 살아있다.

 

폭로된 바에 따르면 검찰은 한명숙 전 총리에게 유죄판결을 내리기 위해 증인을 압박해 거짓 증언을 하게 했다.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도 ‘나올 때까지 터는’ 먼지털기식 수사를 벌였다. 국가기관에 의한 폭력이 여전히 청산되지 않은 것이다.

 

검찰의 압박수사에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우리 가족에 대한 배려를 바랍니다”라는 유서를 쓰고 자살하는 일까지 생겼다.

 

언론 또한 검찰과 결탁해 무고한 시민에 권력과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채널A 이동재 기자는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 대한 비리정보를 달라며 가족이라도 구해야 하지 않겠냐는 식으로 협박했다.

 

채널A 이동재 기자는 이철 전 대표에게 자신이 윤석열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과 공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6월 15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에 따르면 검찰이 채널A 이동재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지난 2월과 3월 최소 다섯 차례 이상 통화했다는 내역을 파악했다고 한다.

 

윤미향 의원과 정의기억연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검찰과 언론의 압박에 위안부 할머니들을 돌보던 ‘평화의 우리집’ 소장이 스스로 생명을 끊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살당한’ 사람이 문재인정부에서만 2명째다.

 

한편 검찰과 국정원은 2013년 탈북자 출신으로 서울시 공무원이 된 유우성 씨를 간첩으로 몰기도 했다. 국정원은 유우성 씨의 동생 유가려 씨에게 거짓 증언을 시키기 위해 온갖 폭력을 저질렀다. 전기고문을 하겠다고 위협하고 욕설을 퍼부으며 주먹과 발로 폭행했으며 “회령 화교 유가리”라고 쓴 종이를 배와 등에 붙인 뒤 탈북자 숙소 앞에서 “탈북자로 가장해 들어온 나쁜 X이다. 얼굴 봐라. 구경하라”고 외쳐 망신을 주기도 했다.

 

유가려 씨가 거짓으로 한 진술을 번복하자 “진술번복죄가 간첩죄보다 더 크다”라고 말하며 때리고 “조사에 혼란을 초래한 것을 반성하고 다시 거짓말할 경우 한국법에 따라 어떠한 처벌도 받을 것을 서약합니다”라는 반성문을 쓰게 했다.

 

이게 2012년, 2013년에 일어났던 일이다. 이 사건은 일찌감치 국정원과 검찰이 조작한 사건임이 밝혀졌다. 그 결과 간첩으로 몰렸던 피의자는 1심, 2심, 3심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윤석열 검찰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에 가담한 검사에 대해서 자체조사를 하더니 아무런 죄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2019년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검찰에 책임이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고, 이에 따라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이 대국민사과를 한 바 있다. 그런데도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건을 조작한 검사를 보호해 준 것이다. 이는 앞으로도 사건 조작을 용인하겠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2016년에는 국정원이 중국에 있는 북한 류경식당 종업원 12명을 유인·납치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피해 종업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유 의사로 탈북한 게 아니고 지배인이 강제로 탈북시켰다고 증언했다. 종업원들을 유인한 식당 지배인도 애초 자기 혼자 탈북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국정원이 종업원들을 데리고 함께 탈북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북한 류경식당 종업원 유인·납치 사건은 심각한 인권침해이자 반인륜적 범죄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4년이 지나도록 종업원들이 자유의사로 탈북했다는 입장만 밝히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90년대 김영삼 정권도 비전향장기수 이인모 선생을 인도적 차원에서 북송했는데, 2020년 문재인 정부는 90년대 김영삼 정권만도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아직 끝이 아니다. 2020년, 경찰과 사법부가 무리하게 대학생을 구속하기도 하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이 선거관리위원회와 사전 협의 끝에 ‘금품제공 근절, 부정부패 심판, 선거법을 잘 지킵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든 대학생을 구속한 것이다.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이라는 거대기업을 승계하기 위해 분식회계에 주가조작까지 벌였지만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2001년 미국에서는 매출액 기준 7위인 에너지기업 엔론이 분식회계를 해 최고경영자 제프리 스킬링이 징역 24년 4개월을 선고받았다. 미국 2위 통신회사였던 월드컴의 회장 버나드 에버스도 분식회계로 2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람들이 이재용의 구속영장 기각 소식을 들으면 참 부러울 것이다.

 

나경원 전 의원도 12차례나 고발당했지만 수사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대학생은 피켓 든 죄로 구속되고 권력자는 처벌받지 않는데 제도적 민주주의가 잘 정비됐다고 할 수 있을까?

 

 

자기 최면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6월 항쟁 기념사에서 “제도로서의 민주주의가 잘 정비되어 우리 손으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단체장을 뽑고 국민으로서의 권한을 많은 곳에서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도 선거를 통해 선출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기 때 민주주의가 훼손되었다고 말한다. 선거를 통해 정권과 국회의원을 선출한다고 민주주의가 실현된 것은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자신들이 집권했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실현됐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여전히 국가권력에 의한 반민주주의적 행태가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국민이 문재인 대통령을 뽑아주고 민주당에 의석을 몰아준 것은 적폐를 청산하고 민주주의를 실현하라는 의미였다. 국가보안법과 국가권력기관의 폭력 등 적폐를 청산해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할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민주주의가 실현됐다고 자평하고 있다면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아직, 우리 사회에 제도적 민주주의는 정착되지 않았다. 국민의 염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상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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