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지난 6월 16일 북한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이하 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4일 김여정 제1부부장이 담화에서 연락사무소 폐쇄 가능성을 언급하고, 다음날 통일전선부 대변인이 담화에서 철폐하겠다고 선언, 다시 13일 김여정 제1부부장이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볼 것이라고 경고한 뒤 3일 만에 전격 폭파한 것이다. 연락사무소 폭파는 현 남북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 국내외 주요 동향

 

(1) 미국

 

미국은 공식 반응을 자제했다. 미 국무부는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다가 한국 언론이 입장을 묻자 그제야 대변인 명의로 “미국은 남북관계에 대한 한국의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북한에 역효과를 낳는 추가 행위를 삼갈 것을 촉구한다”라는 답변을 했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도 “동맹국인 한국과 긴밀하게 조율하고 있다”라며 원론적 대답만 했다. 

 

이에 대해 17일자 KBS 뉴스 ‘글로벌 돋보기’는 “그동안 한국의 대북 기조에 미국은 사실상 발목을 잡는 형국”이었다며 한국이 남북협력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미 국무부는 ‘비핵화’라는 단어를 빼놓지 않고 단서를 달아 한국 정부를 압박했는데 이번에는 비핵화 단서 조항 없이 한국의 노력을 전폭 지지한다고 해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는 대선을 앞둔 미국의 초조함 때문이라며 “정부의 대북 정책에서의 선택지는 좀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미 국무부장관이나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 대해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사태가 한창 악화일로에 있던 13일(현지시간)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 졸업식 축사를 통해 “많은 사람이 결코 들어보지도 못한 먼 나라의 분쟁을 해결하는 건 미국 군대의 책무가 아니다”라고 하였다. 같은 날 미 국무부가 “우리의 한국 방어 공약은 철통같이 유지되고 있다”라고 밝힌 것과 상반된다. 

 

한편 미국 정가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으로 인해 벌집 쑤신 듯 했다. 대북강경파인 볼턴은 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맹공격했고 트럼프 역시 볼턴에 험악한 말을 퍼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트윗을 올려 “미친 존 볼턴이 방송에 나가 북한을 위해 리비아 모델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을 때 (북미협상은) 다 망했다”라면서 “볼턴의 멍청하기 짝이 없는 모든 주장이 북한과 우리를 형편없이 후퇴시켰고 지금까지도 그렇다”라며 북미관계가 교착 국면에 빠진 것을 볼턴 탓으로 돌렸다. 

 

한편 백악관 분위기와 달리 군사적 압박 등 강경대응을 주문하는 이들도 있었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17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세미나에서 자신이 주한미군사령관이었다면 “군사적 수단으로 (대북) 압박을 높이는 방법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하며 “한미가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할 필요가 있다”, “전략자산 전개와 한미연합군사훈련 재개” 등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북한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을 보여 주어야 한다”라면서 8월에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이 “강력한 훈련이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역 관리나 군 관계자 가운데 이런 강경 주장을 하는 이는 없었다. 

 

한편 민간 전문가나 언론은 북한의 행보에 미국을 압박하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6일 북한의 대남 강경행보가 한미 양측을 압박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 국익연구소 해리 카지아니스 한국담당 국장은 한국전쟁 발발 70년과 미국의 7월 4일 독립기념일이 다가온다며 “북한이 수개월간 위협해온 ICBM 실험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 일본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연락사무소 폭파 당일 오후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본은 계속해서 미국, 한국 등과 함께 긴밀히 협력하면서 필요한 정보의 수집, 분석을 실시하고 정세를 주시하는 한편, 경계·감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라면서 “하나하나에 대한 언급을 삼가겠다”라고 밝혔다. 상당히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아베 총리 역시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하였다. 

 

한편 남북 사이의 긴장이 한창 격화되던 15일, 고노 다로 방위상은 미국과 일본이 함께 추진하던 육상배치형 요격미사일 체계 이지스 어쇼어 계획을 중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갑작스런 발표에 집권 여당인 자민당 내에서도 반발이 튀어나왔지만 일본 정부는 미국과 협의한 결과라며 문제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19일 데이비드 헬비 미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차관보 대행은 ‘도입 취소’가 아닌 ‘계획 중지’라며 기술적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기술적 문제가 해결되면 다시 배치를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지스 어쇼어는 북한, 중국의 미사일에 대항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이 추진하던 미사일 방어 체계의 일부다. 

 

(3) 한국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와 연이은 문재인 정부 규탄에 대해 청와대, 국방부, 통일부가 17일 연달아 강경 비난 발언을 쏟아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매우 무례한 어조로 폄훼한 것은 몰상식한 행위”, “감내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경고한다”, “강한 유감을 표한다”라며 강한 어조로 북한을 비난했다. 국방부도 “북측은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강경 입장을 드러냈다. 통일부도 “북측은 이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한편 청와대는 한미워킹그룹 한국 측 팀장인 이도훈 한반도교섭본부장을 미국에 급파하였다. 현 상황과 관련해 변함없이 미국의 ‘승인’ 정책을 철저히 따르겠다는 입장을 과시한 셈이다. 

 

남북관계와 관련한 원로들은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적극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승인’ 정책 밖에서 과감한 대북정책을 펼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18일 “한미워킹그룹이 남북관계의 족쇄가 됐다”라고 주장하였고 “미국 눈치를 너무 많이 보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또 홍익표 의원이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미워킹그룹 중지라든지 구체적인 실천이 뭐라도 나와야 되는 것 아니냐”라고 주문하는 등 민주당 내에서 비슷한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였다. 

 

국민 여론을 보면 ‘대북전단 살포 반대’가 60%로 ‘할 수 있다’(29%)의 배가 넘었다. (한국갤럽 16~18일 조사) 또한 57%는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막아야 한다고 답했다. 

 

2. 몇 가지 특징

 

(1) 대북 강경론이 의외로 없다

 

세계 여러 언론이 대서특필한 것에 비해 미국이나 일본의 반응은 상당히 차분하며 의외로 대북 강경론이 없다. 일단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를 규탄하지 않고 ‘앞으로 자제하자’는 입장만 내고 있다. 사실상 북한의 행위를 묵인하는 모양새다. 그리고 전직 관리들은 강경 대응을 외치지만 트럼프나 국무부, 국방부, 아베 정부는 강경 대응이나 군사적 대응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과연 연락사무소 폭파를 비롯한 일련의 한반도에서 있었던 일들이 남과 북에 국한된 문제여서일까? 미국이나 일본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무덤덤한 반응인 것일까? 지금까지 보여온 미국, 일본의 모습을 보건데, 특히 전 세계 모든 일들에 관여해온 미국의 역사를 보건데 결코 ‘남의 일’이라서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건 아니다. 

 

이를 두고 서울신문은 16일자 보도에서 미국이 북한 눈치를 봤다고 분석했다. 지난 11일 북한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이 미국을 향해 “북남관계는 우리 민족 내부 문제로 그 누구도 이러쿵저러쿵 시비질할 권리가 없다”라면서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입을 다물고 제 집안 정돈부터 하라”라고 경고했는데 이 때문에 미국이 “북한을 도발할 수 있는 강한 표현을 자제하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한 것”이라는 것이다. 

 

정말 의문인 건 문재인 청와대와 정부가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짐작할 수 있는 이유는 첫째, 정말 강력한 대응을 할 의지가 있거나 둘째, 가만히 있으면 창피해서 말이라도 강한 어투로 하는 것이거나 셋째, 미국이 시켰기 때문에, 등이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한국 정부만 ‘용감’하다. 

 

(2) 자중지란

 

북한의 강경 조치에 대해 한미일이 취할 수 있는 입장은 크게 세 가지로 첫째는 무반응, 둘째는 응징 의지 밝히기, 셋째는 책임 따지기 등이다. 그런데 지금 보면 일단 반응을 보였으니 무반응은 아니고, 응징 의지를 밝히지도 못하고 있다. 따라서 서로의 책임을 따지는 일만 남았다. 한미일이 서로 누구 때문에 사태가 여기까지 왔는가 책임을 따질 시점인 것이다. 

 

이런 와중에 공교롭게도 볼턴 회고록이 나왔다. 볼턴은 회고록을 통해 현 한반도 문제를 망친 원인으로 트럼프 대통령, 아베 총리,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을 거론하며 무차별 저격을 하였다. 이에 트럼프도 발끈해 막말을 쏟아냈고 정의용 실장도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했다며 반박했다. 언론은 볼턴 회고록의 파장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며 향후 북미, 한미 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먼저 대북전단을 막지 않는 등 남북합의를 지키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박종철 경상대교수는 6월 22일자 프레시안 기고문에서 “강화도 접경지역이나 교동도 등 민간인통제구역 내를 들어가려면 신분증 검사와 물품검사를 하는데,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에도 통제가 되었던 삐라 물품이 어떻게 문재인 정부에서 통제가 되지 않았는지 미스테리한 의문도 생긴다”라고 지적했다. 

 

또 일부는 문재인 대통령을 변호하기 위해 참모에게 책임을 물었다.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6월 17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대통령은 부지런히 생각하고 행동하는데 국무위원들은 행동을 않더라”, “도대체 생각하고 행동하는 대통령 밑에 참모들은 생각만 하느냐”라며 참모들을 질타했다. 

 

이렇게 되자 민주당은 외교안보라인 교체를 들고 나왔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국회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서 “대북전단과 같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관리부처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라면서 외교안보라인 문책론을 들고 나왔다. 

 

결국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김 장관은 이임사에서 “주어진 권한에 비해 짊어져야 하는 짐은 너무나 무거웠습니다”라며 현 상황에 대한 반성보다는 항변으로 일관했다. 어차피 할 수 있는 것도 없는데 누군가는 희생양이 되어야 하니 알아서 그만 두겠다는 감정이 느껴진다. 김 장관은 6월 15일 6.15 공동선언 20주년 민주당 기념행사에 가서 “6.15 정신은 사대가 아니라 자주, 대결이 아니라 평화, 분단이 아니라 통일”이라며 임기 중에 건드리지도 못한 ‘자주’ 이야기를 사퇴 직전에 꺼내며 체면이나 차렸다. 

 

김 장관 사퇴 이후 후임이 누가 될 것인가 주목을 받았지만 지목받은 유력 인사들은 모두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 누구 하나 이 난국을 책임지고 해쳐나가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한 마디로 정부여당은 벌집 들쑤신 것처럼 어수선했다. 

 

(3) 전전긍긍

 

한미일 모두 북한의 공세에 대해 수세적이고 방어적이다. 

 

17일자 한겨레는 「“북, 역효과 낳는 추가행동 말라”…대선 앞둔 트럼프의 선택은」 제하의 보도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일단 이날 북한에 즉흥적 발언을 자제한 것은 불필요하게 사태를 키우고 싶지 않다는 의미”라며 “코로나19 사태와 경기 하락, 흑인 사망 사건, 지지율 하락 등 발등의 불” 때문에 트럼프가 곤경에 처해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 긴장 고조는 좋을 게 없다. 그가 주요 외교 성과로 자랑해온 ‘한반도 긴장 완화’가 퇴색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 때문에 미국은 북한이 자국에 직접적 위협을 가하지 않는 한, 최대한 한반도의 긴장 고조를 막으면서 관리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발표하는 어조는 강경하지만 뒤로는 급히 정의용 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을 특사로 보내려고 시도하는 등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4) 결론

 

이번 연락사무소 폭파 정국을 통해 세상이 변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만약 예전이라면 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영상이 전 세계에 공개될 정도의 충격적 사건이 발생할 경우 한미일이 즉각 목소리를 높여 북한을 규탄하고 응징을 하겠다며 의지를 밝히고 전략무기를 동원해 군사적 압박을 가했을 것이다. 또한 극우반북세력들도 들고 일어나 연일 북한 응징을 외쳤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세상이 변했다. 

 

3. 향후 전망

 

(1) 북한

 

북한은 공언한 것처럼 대남, 대미 군사공세를 강화할 것이다. 

 

혹자는 북한이 경제가 어려워서 한국과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지금의 조치를 취했다고 분석하는데 현실에 맞지도 않고 근거도 없다. 북한의 입장은 북한의 발표를 그대로 보면 된다. 북한은 지금껏 자신들의 입장을 에두르지 않고 직설적으로 그대로 드러내왔다. 전문가들은 흔히 북한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내부 동향을 알 수 없다, 그래서 분석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북한만큼 자기 정책을 그대로 공개하는 나라가 없다. 그들이 밝힌 걸 그대로 인정하면 된다. 북한만큼 파악하기 손쉬운 나라가 없다. 

 

북한은 작년 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열어 대외 정책을 확정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전원회의 보고에서 “이제껏 우리 인민이 당한 고통과 억제된 발전의 대가를 깨끗이 다 받아내기 위한 충격적인 실제행동에로 넘어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어떤 세력이든 우리를 상대로는 감히 무력을 사용할 엄두도 못 내게” 만들겠다고 하면서 “이제 세상은 곧 멀지 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 “미국의 대조선적대시가 철회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국가안전을 위한 필수적이고 선결적인 전략무기개발을 중단 없이 계속 줄기차게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북미관계에서 경제 이슈는 끝났다는 점이다. 지난 1월 11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도 담화를 통해 “인민이 겪는 고생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고 일부 유엔제재와 나라의 중핵적인 핵시설을 통째로 바꾸자고 제안했던 베트남에서와 같은 협상은 다시는 없을 것”이며 “우리에게는 일방적인 강요나 당하는 그런 회담에 다시 나갈 필요가 없으며 회담탁 위에서 장사꾼들처럼 무엇과 무엇을 바꿈질 할 의욕도 전혀 없다”라고 못을 박았다. 그러면서 “다시 대화가 성립되자면 미국이 우리가 제시한 요구사항들을 전적으로 수긍하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고 하였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제재를 상수로 놓고 ‘자력부강’으로 ‘정면돌파’하겠다고 선언했다. 따라서 지금의 상황은 미국이 경제적 유인책을 제시한다거나 문재인 정부가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같은 경제협력사업을 제안한다고 해서 북한의 공세를 멈출 수 있는 게 아니다. 북한은 경제가 아닌 안전보장 문제를 전면에 들고 있으므로 한미 당국도 안전보장과 관련한 조치를 해야 한다.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한미연합훈련 중단, 전략무기 전개 중단, 첨단무기 한반도 반입 중단, 주한미군 철수, 괌 미군기지 철수, 일본과 주일미군의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 철회 등 북한에 대한 적대적 군사위협을 제거하라는 것이며 이것이 안전보장의 기초적인 것이다. 이런 것들에 대한 조치가 있을 때 북한과 대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한미 당국은 이를 이행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경우 북한은 하겠다고 한 그대로 진행할 것이다. 새로운 전략무기를 공개하고 충격적인 실제행동에 진입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정면돌파전’의 시작일 뿐이며 앞으로 이런 조치들은 점점 강도 높고 빠르게 전개될 것이다. 

 

(2) 한미일

 

한미일 당국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알기 어렵다. 한미일 당국도 자신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듯하다. 지금 나오는 반응을 보면 일관성이 없고 뒤죽박죽이며 즉흥적이다. 대화냐 대결이냐 양자택일을 해야 하지만 결단을 못하고 오른손은 대화를, 왼손은 대결을 들고 허우적대면서 자아분열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단 대화를 선택하려면 북한이 요구하는 안전보장 조치를 해야 한다. 그 전에는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문재인 정부가 파견한 특사를 거부한 것을 보면 북한이 얼마나 단호한 입장인지 알 수 있다. 단순히 안전보장 조치를 하겠다는 의사 표명이나 할 수도 있다는 언급으로는 어림도 없다. 지금 북한의 입장은 자신들이 핵실험장 폐기, 장거리미사일 발사유예, 미군유해 송환 등을 했음에도 한미 당국이 응당한 약속 이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안전보장 조치의 실제 이행 없이 ‘말로만’ 하는 약속은 의미가 없다. 

 

한미 당국이 이런 것들을 이행할 준비가 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대결을 선택하면 어떻게 될까?

 

한겨레 21일자 보도에 따르면 한국 정부 관계자가 “대선을 앞둔 미국이 이번 8월 연합군사훈련도 ‘로키’로 갈 지는 불확실하다”라며 “전략자산이라도 오게 되면 상황은 심각해진다”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실제로 훈련이 재개될 경우 최근 악화된 남북관계는 2017년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현실은 2017년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길’로 갈 것이다. 당시는 말과 무력시위 위주의 대결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결은 곧바로 실제 행동으로 넘어가는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이 “미국은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입을 다물고 제 집안 정돈부터 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무력시위를 두고 ‘끔찍한 일’이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미국이 섣불리 움직이면 바로 실제 타격 행동에 돌입한다는 경고일 것이다. 

 

만약 북미 사이에 군사적 충돌이 전면전으로 이어진다면 누가 유리한가. 

 

군사력을 액면 그대로 놓고 보면 북한이 유리하다. 70년 전 한국전쟁 때도 미국은 북한을 압살하지 못했다. 당시 북한은 겨우 정규군을 만든 수준이었지만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승전국으로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미국은 정전협정에 서명하면서 ‘승리’하지 못해 ‘치욕’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북한이 핵무력을 완성했다. 수소폭탄을 개발하고 미 본토까지 날아가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개발했다. 그러면서 북한 본토 요새화는 이미 전에 완료해놓았다. 반면 미국은 본토 핵전쟁 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북한과 미국의 군사력을 일일이 자세히 분석할 수는 없지만 이처럼 경험과 합리적 추론을 통해 미국이 북한을 못 이긴다는 점을 유추해낼 수 있다. 

 

정치적 환경도 미국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미국은 코로나19와 인종차별 반대 시위로 최악의 사회 혼란에 빠졌다. 게다가 트럼프 정권은 임기 내내 탄핵 위기에 시달려야 했다. 정치 혼란, 사회 혼란으로 제대로 전쟁을 치러낼 수 있을지 의문일 지경이다. 

 

반면 북한은 경제위기도 이겨냈고 코로나19 방역에도 완벽하게 성공했다면서 모두 정치적 안정, 지도부와 국민의 신뢰로 인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주북 러시아대사도 이러한 북한의 공식 발표에 힘을 실었다. 최근 북한은 ‘백두의 혁명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누구나 백두산에 올라 백두의 칼바람을 맞으며 백두산대학을 졸업해야 한다고 말한다. 북한이 말하는 ‘백두의 혁명정신’은 일제강점기 독립투사들의 ‘맞아 죽을 각오, 얼어 죽을 각오, 굶어 죽을 각오로 조국을 해방시키겠다’는 정신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정치적 환경을 봐도 미국은 약체 가운데 최약체로 굉장히 불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은 제국주의 속성을 버리지 못하고 끝내 대결의 길을 선택할 수 있다. 만약 미국이 대결의 길로 간다면 한국, 일본 정부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노선을 고분고분 따라 갈 가능성이 있다. 

 

한미일 당국이 대화도, 대결도 선택하지 못하고 계속 자중지란에 빠져 전전긍긍하는 경우도 가능하다. 대화와 대결 모두 쉽게 결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이번에 문재인 정부가 특사를 보내려 한 것처럼 물밑작업은 계속 시도할 것이다. 금강산 관광 재개할 테니 공세를 멈춰 달라, 이런 협상을 시도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껏 살펴본 것처럼 이런 것으로는 이제 협상 타개가 어렵지 않을까 싶다. 

 

※이 글은 자주시보와 주권연구소에 동시 게재됩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band naver URL복사
URL 복사
x

PC버전 맨위로

Copyright ⓒ 자주시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