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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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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
기사입력 2020-06-29

청원

 

-황선

 

우리를 비참하게 만든 건 우리가 아니다. 

 

자꾸 거울 보고 침 뱉지 말자. 

 

재벌의 회계부정과

고관대작 자식들의 갖은 반칙과 특권은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하면서,

그러려니 눈 감으면서,

함부로 삿대질 좀 하지말자. 

 

우리가 각자

저들이 만든 경계를 넘나들며

아귀다툼 하는 것이,

누군가의 눈에는 

투견장 개싸움 만큼이나 

흥미롭고 유쾌한 일이다. 

 

저들이 뇌물로 서로를 길들이는 동안

저들이 만인의 것이었던 권리를 

자신들만의 소유물로 삼아 누리는 동안,

우리는 새로 

비정규직이라는 꼬리표를 달았을 뿐이다. 

 

저들이 훔친 권력과 돈으로 

서로서로 주머니를 채우는 동안,

빼앗긴 우리는 

골방에 갇힌 채 깃발을 잃고

아무나 미워하도록 세뇌 되었을 뿐이다. 

 

다시 고개를 들고 깃발을 올리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경계에서

줄타기하느라 

너나 없이 긴장하고 미워하게 만든 

갑질에 맞서,

그런 것은 없다고,

왕후장상의 씨

정규직이어야 마땅한 학벌

모든 법이 알아서 피해가는 성골 따위.

 

우리를 비참하게 만든 건 우리가 아니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학대와 차별을 거부하고

가장 최악의 갑질에 맞서

거울 속 나와 악수해야 할 때. 

 

그래야, 모두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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