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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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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 실천자산관리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20-08-05

<평화이음>이 월간 '민족과 통일' 8월호를 발간했다.

우리사회와 한반도 정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소개한다. (편집자 주)


  

홍콩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홍콩보안법 제정

 

중국은 5월 28일 우리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이하 전인대)를 통해 ‘홍콩보안법’ 초안을 전격 통과시켰습니다. 중국 정부가 22일 보안법 추진을 발표한 지 단 6일만입니다. 곧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최종 입법화 과정을 거쳐 홍콩기본법 부칙에 삽입한 뒤 시행하게 되는데 이는 요식에 불과해 보입니다.

 

홍콩의 반중 진영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과 영국의 반발이 거세게 터져 나왔습니다. 

 

홍콩에서는 전인대를 앞두고 시위대와 경찰 간의 충돌이 이어졌고,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제정하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 엄포를 놓았습니다. 영국과 대만은 홍콩인의 이민을 돕겠다며 이민 행렬을 예고하는 듯합니다. TV와 스마트폰에서 들려오는 얘기들로는 역시 ‘비정상국가’인 중국이 무리수를 두나 싶기도 하고 홍콩이 곧 무너질 듯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막상 홍콩보안법이 통과되고 나서는 실상 참 조용합니다. 홍콩 시위 장면이 담긴 뉴스도 찾기 어렵고 미국도 간간이 정치적 코멘트뿐입니다. 7월 14일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을 했지만 큰 이슈가 되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홍콩은 중국 본토와 동일한 취급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매일 수 만 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최악의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이어, 흑인 살해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에 대한 강경대응으로 인해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빠진 트럼프로서는 홍콩에 대해 간섭할 처지가 아닐 수 있습니다. 반면 홍콩 문제를 다루는 중국에게서는 승자의 여유가 느껴집니다. 홍콩보안법 제정을 ‘치기어린 오판’이 아니라 G2의 일방인 강대국에 의한 치밀한 계산에 따른 예고된 승리로 보는 분석도 늘고 있습니다.

 

금융허브가 이전한다?

 

홍콩의 금융허브 지위가 흔들린다 합니다. 그런데 항셍지수(홍콩 증권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종목 중 48개 종목을 시가 총액 가중 평균으로 산출한 것으로 아시아의 주요 주가 지수의 하나.)는 오히려 보안법 통과 직후 일주일 간 8% 가까이나 상승했습니다. (10년 이상 증시를 연구해보니 증시만큼 세상 돌아가는 것을 정확히 보여주는 지표도 없습니다.)

 

 

또한 홍콩의 외환시장을 떠받치는 힘은 ‘페그제’(홍콩달러와 미국달러 간의 고정환율제)에 있는데, 그 원천이 되는 500조 원이 넘는 외환보유고에도 동요가 없습니다. 심지어 환율은 미국달러 1달러당 7.75 홍콩달러 수준으로, 흔들리기는커녕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기업들의 홍콩증시 상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6월 초에만 중국 게임회사 넷이즈와 2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京东이 상장을 통해 각각 약 30억 달러(3조 원)씩 조달이 확정된 상태입니다. 현재 징둥의 시가총액은 826억 달러로 알리바바, 텐센트, 메이퇀에 이어 중국의 상장사 중 네 번째로 높습니다. 이 밖에도 검색 엔진 바이두, 여행사 씨트립, 전기차 업체 니오 등 여러 기업의 홍콩 상장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홍콩은 뉴욕, 런던과 함께 세계 3대 금융 중심지입니다. 전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들이 그동안 홍콩을 근거지 삼아 중국과 아시아의 경제성장으로 막대한 수익을 챙겨왔습니다. 어떤 금융회사가 세계 2위 경제 대국 중국의 글로벌 창구 홍콩을 버리면서까지 손해를 감수하려 할까요? 

 

일개 정부의 정책만으로도 결정될 수 있는 한국의 행정수도 이전 문제조차 20년이 지나도록 반쪽도 완성치 못하고 있습니다. 하물며 여러 국가들과 수백, 수천 개 다국적 글로벌 기업들이 집단적으로 선택할 때 가능한 일이 어디 그리 쉬울까요? 홍콩에는 트럼프의 명령에 반응할 미국 기업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객관적 데이터를 보면 홍콩의 자본이 유출되어 금융허브가 싱가포르나 대만으로 곧 바뀔 것처럼 말하는 건 ‘분석’이 아니라 누군가의 ‘희망사항’ 같아 보입니다.

 

홍콩의 반중시위도 한풀 꺾였다

 

한편 홍콩의 반중 시위가 다시 들불처럼 일어날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과거 사스 피해가 극심했던 홍콩인들의 코로나19 공포는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이 강합니다)와 코로나19 방역을 명분 삼은 당국의 강력한 집회금지 조치로 인해 작년에 비해서 시위 동력은 매우 떨어진 상태입니다. 아직까지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는 뉴스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게다가 작년 송환법 시위로 이미 큰 타격을 입은 홍콩 경제의 침체가 코로나19로 더욱 어려워진 상태에서 시위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도 전 같지 않은 모양입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HSBC나 스탠다드차타드 등 홍콩에 거점을 둔 국제 금융사들이 시위대의 요구에는 동정적이지만, 한편으로는 혼란이 빨리 안정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고, 홍콩 최고 갑부로 유명한 리카싱 회장 등 홍콩의 최대 부호 9인이 보안법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블룸버그가 전하기기도 했습니다.

 

2009년 보안법을 제정한 바 있는 마카오의 경험 역시 홍콩인들에게는 중국의 명분이 통하는 부분입니다. 홍콩과 불과 40분 거리의 또 다른 중국의 자치행정구역인 마카오에는 홍콩의 반중 시위가 전파되지 않았습니다. 마카오 시민 중에도 반중 정서가 없지 않겠으나 정치, 경제적으로 안정된 채 미국의 라스베이거스를 누르고 세계 최대의 카지노 관광 도시로 성장한 마카오는 홍콩보안법이 홍콩의 ‘안정’을 위한 조치라는 중국의 주장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집안 단속 실패한 슈퍼맨, 미국이 구해줄까?

 

결국 미국의 대중국 공세가 중요한 변수입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트럼프의 호언장담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습니다.

 

우선 홍콩의 시위가 아름다운 인권·민주주의의 행진이라던 트럼프가 흑인살해 시위에 대해 군을 동원한 탄압을 지시하면서 홍콩 시위대에 대한 지지는 명분을 잃게 됐습니다.

 

미국의 특별지위 박탈도 큰 힘을 발휘하기 힘들 듯합니다. 아니, 오히려 미국에 역풍이 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은 1997년, 100년의 영국 식민지배를 끝내고 중국으로 반환되는 홍콩에 홍콩특별법을 통해 관세, 비자 등을 자유화한 소위 ‘특별지위’를 부여합니다. 이미 중국과 아시아 시장을 공략할 미국 기업들의 전진기지로 자리 잡은 홍콩을 지속적으로 미국의 ‘경제영토화’하기 위한 나름의 이익추구 전략이었습니다.

 

현재 홍콩은 미국의 주류 수출 3위, 소고기 수출 4위, 농산물 수출 7위 시장이며 만성 무역적자국인 미국이 전 세계에서 무역흑자를 가장 많이 내는 곳이기도 합니다. 2018년 300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고, 지난 10년간 누적 흑자가 2,970억 달러에 이릅니다.

 

홍콩에는 현재 약 85,000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1,300개 이상의 미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습니다. 한국 내 주한미군이 약 3만 명, 가족 포함 대략 6만 명이니, 700만 명 인구의 작은 홍콩에서의 미국인들의 사업 규모는 여러모로 상당한 규모입니다.

 

반면 중국 경제에서 홍콩이 차지하는 비중은 2% 수준에 불과합니다.

 

미국이 전략적으로 선택했던 특별지위를 스스로 철회하겠다는 호통에도 중국이 그다지 압박 받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제재가 발동된다면 미국의 피해를 차치하더라도, 당장 홍콩의 민생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면서 오히려 반미 정서가 고조될 수 있습니다.(작년 구의원 선거 득표율을 보면 반중:친중=55:45로서 어느 한쪽의 세력으로 크게 기울지 않음) 그리되면 반중 진영은 더욱 고사될 수 있어서 오히려 미국의 전략과는 반대의 결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참고로 최근의 미국 여론조사 결과 보시죠.

 

“6월 7일(현지시간) 공개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 뉴스의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있느냐’는 질문에 10명 중 8명꼴로 ‘통제 불능’이라고 답했다. 오는 11월 대선과 관련해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49%의 지지율로 트럼프 대통령(42%)을 7%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4월 조사 때와 같은 수준이다. 오는 11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의회 선거에서 어느 당이 하원을 장악하기를 희망하느냐는 질문에 51%는 민주당을 꼽았고, 공화당에 대한 지지는 40%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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