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아침햇살92] 미중 대결① 양상

가 -가 +

문경환
기사입력 2020-09-02

1. 미 국무장관의 대중국 전면 대결 선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7월 23일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닉슨도서관 앞에서 ‘공산주의 중국과 자유세계의 미래’를 주제로 연설을 하였다. 

 

▲ 닉슨도서관 앞에서 연설하는 폼페이오 국무장관.     ©미 국무부

 

폼페이오 장관은 이 연설에서 “중국을 맹목적으로 포용하는 낡은 패러다임은 실패했다”며 대중국 정책의 실패를 선언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파산한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의 진짜 선봉자”라고 불렀는데 간단히 말해 ‘독재자’라는 소리다. 또 중국을 “세계 패권 장악에 나선 새로운 전체주의 독재 국가”라고 불렀다. 나아가 “(중국) 공산당 통치자들의 궁극적 야심은 미국과의 교역이 아니라 미국을 습격하는 것”, “많은 중국 유학생과 상사원·주재원들은 미국의 지식 재산을 훔치기 위해 미국에 와 있다”라며 50년대 메카시즘의 부활에 가까운 발언으로 미국인의 공포심을 자극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한 “자유세계가 공산중국을 바꾸지 않는다면 공산중국이 우리를 바꿀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우리의 자유를 지키는 것은 시대적 사명”이라고 선동했다. 또 “중국 공산당을 바꾸기 위해 반체제 인사를 포함한 중국인들과 손잡고 자유세계의 민주주의 국가들과 새로운 동맹을 추진하겠다”, “자유세계 국가들은 더욱 창의적이고 단호한 방법으로 중국이 변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중국인들을 향해 “미국, 그리고 미국의 동맹국들과 힘을 합쳐 공산당의 변화를 이끌어내자고 촉구한다”라면서 “우리는 자유를 사랑하고 중공과 완전히 구별되는 중국인들을 북돋우고 힘을 줘야 한다”라고 하였다. 

 

폼페이오 장관이 연설한 장소인 닉슨도서관은 1972년 중국을 방문한 첫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을 기리는 곳이다. 닉슨은 중국과의 오랜 대치를 끝내고 중국을 국가로 인정, 수교를 맺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받아들였다. 당시 미국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을 포용하면서 장기적으로 개혁개방을 유도해 체제를 붕괴시키는 구상을 가지고 있었다. 우호관계를 통해 체제를 벗겨낸다는 미국판 ‘햇볕정책’이라 하겠다. 이것은 소련을 해체시킨 것과 동일한 방법이었다.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연설은 50여 년 지속된 미국의 대중국 ‘햇볕정책’이 실패했음을 선언한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과 중국 정부를 ‘중국 공산당’ 혹은 ‘중공’이라는 60년대식 호칭으로 불렀다. 또 중국인 봉기를 유도해 중국 내부 혼란을 조성, 이를 통해 체제를 붕괴시키겠다는 ‘내란 선동’을 하였다. 

 

보통 미국의 외교 수장인 국무장관은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온갖 외교적 수사로 포장을 한다. 그런데 이번에 ‘무찌르자 공산당’ 식의 직설적인 발언을 한 것은 향후 중국과의 대결을 전면적이고 비타협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8월 10일에도 미국의 50년 대중 정책이 실패했다며 “일련의 작전이 있는데 현재 검토 중”이라고 하였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기존 대중 유화정책을 변화시켰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나타나는 대립 양상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2. 단교로 치닫는 극단적 외교 대립

 

지난 7월 21일 미국 정부는 자국의 지적재산권과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를 명령했다. 이곳은 1979년 미중 수교 후 미국에 처음 세운 총영사관이다. 중국은 이에 맞서 7월 24일 청두 미국 총영사관 폐쇄 명령을 내렸다. 1985년에 문을 연 청두의 미국 총영사관은 중국 내 분리독립 움직임이 있어 미국이 관심을 집중하는 티베트 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상징적인 곳이다. 

 

영사관은 주재국에서 사증 발행, 자국민 보호, 정보 수집, 친선 도모 등을 하기 위해 설치하는 것으로 자국의 주권을 대표하는 대사관과는 다르다. 만약 대사관을 폐쇄한다면 사실상 단교를 하자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영사관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양국이 서로 상징적인 총영사관을 폐쇄했기에 대사관 폐쇄 전단계의 극단적인 외교 대립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만을 둘러싼 대립도 심상치 않다. 

 

미국 정부는 1979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고 대만과 단교, 고위급 교류를 중단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이란 중국과 대만은 하나의 나라이기에 대만을 독립된 나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과 수교를 하려면 대만과는 단교를 해야 한다. 한국도 중국과 수교하기 위해 1992년 대만과 단교했다. 아무튼 미국은 당시 대만과 고위급 교류를 끊는 것과 함께 대만 주둔 미군 철수, 대만에 미국 무기 수출 금지 등의 조치를 중국에 약속하였다. 

 

그런데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고 이런 원칙이 깨지기 시작했다. 트럼프 정부는 2017년 대만에 어뢰를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대만에 무기를 수출하고 있으며 그 양도 늘리고 있다. 2018년에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미국 나사(NASA)에 초대했고, 작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을 “사실상 국가”라고 인정하기도 했다. 올해 3월에는 미국 상원이 대만법을 가결해 미국과 대만의 외교 관계 복원 근거를 마련했다. 8월에는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 총통을 면담했다. 단교 후 최고위급 인사의 대만 방문이었다. 이 모든 것들은 중국의 강한 반발 아래 이루어졌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8월 31일 헤리티지재단이 주최한 포럼에서 “대만과 경제 대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방침이 “갈수록 커지는 중국의 압력에 맞서 대만과 유대를 강화하고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나의 중국’ 정책에 대해 일련의 중요한 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이러한 일련의 모습은 미중 수교 합의를 근본부터 허물겠다는 신호나 마찬가지다. 

 

홍콩 사태를 둘러싼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중국은 홍콩 사태를 주권 문제로 간주하는 반면 미국은 인권 문제, 민주주의 문제로 다루면서 공격의 소재로 삼고 있다. 지난해 11월 28일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내 반중국 시위를 지지하는 홍콩인권법안에 서명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에 아랑곳 않고 홍콩에 대한 기존 정책을 고수하였다. 중국 중앙정부는 홍콩을 중국에서 분리시키려는 국가 분열 세력이 있다며 홍콩 국가안전수호법을 제정, 7월 1일자로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자 미국은 홍콩에 대한 경제적 우대 조치를 철회하였다. 8월 7일에는 홍콩 자치를 훼손하고 홍콩 시민의 자유권을 억압했다는 이유로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특별행정구의 인사 11명에 대해 제재를 부과했다. 그러자 중국 외교부는 8월 10일 홍콩 사태에 개입한 미국인 11명에 대해 제재를 부과했다. 동일 규모로 맞대응한 것이다. 

 

홍콩 사태에 미중 양국이 예민한 이유는 중국의 고질적인 소수민족 문제 때문이다. 중국에는 공식적으로 55개의 소수민족이 있는데 이 가운데 티베트족과 위구르족 등을 독립시키자고 미국이 집중적으로 주창하고 있다. 

 

티베트족 몇몇이 인도에 망명정부를 세우고 자치권 강화 등을 요구하는데 미국은 1970년대부터 티베트 망명정부에 재정지원을 하였다. 2018년 미 의회는 무려 2200만 달러의 예산을 티베트 지원에 편성했다. 올해 1월 28일에는 티베트 지원을 강화하고 종교 승계를 보장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결하기도 했다. 7월에는 미 국무부가 티베트 지역 인권유린을 명분으로 관련 중국 관리들에 대한 비자 발급 제한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미국은 신장 지역의 위구르족에 대해서도 지원하고 있다. 위구르족 분리독립운동 지도자인 리비야 카디르는 미국에 망명 중이다. 지난해 12월 미 의회는 위구르인권정책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위구르족 문제는 인권문제가 아니라 분리주의자들의 테러 문제라고 반박했다. 

 

미국은 소수민족의 분리독립운동을 지원해 중국 중앙정부를 흔들려고 하며 중국은 국가 분열을 막기 위해 미국의 개입을 차단하려 하고 있다. 이는 미중 사이에 존망이 걸린 중요 사안이다. 홍콩 사태는 소수민족 문제는 아니지만 중국의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만약 홍콩이 일부 시위대의 주장처럼 중국에서 떨어져나간다면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다른 사람들을 자극할 수도 있다. 홍콩 사태를 둘러싼 미중 갈등은 이런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다. 

 

3. 갈수록 커지는 군사적 갈등

 

미중 양국은 모두 핵보유국이기 때문에 전면적인 핵전쟁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전쟁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할 수도 없다. 국가 간 갈등이 고조되면 궁극적으로는 전쟁의 방법으로 갈등을 해결하려는 유혹이 커지게 마련이며 꼭 핵전쟁이 아니더라도 제한된 전쟁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미중 군사 갈등의 핵심 지역은 남중국해다. 중국은 대중국 포위망을 뚫기 위해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만들고 인근 해역을 자국 영해라 주장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수시로 남중국해에 전략무기를 투입해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 남중국해 난사군도(남사군도)의 지도.  ©자주민보

 

지난 6월에도 미국은 주력 항공모함 3척을 동시에 태평양에 배치해 순찰을 돌리면서 중국을 위협했다. 7월에도 항공모함 2척이 남중국해에 들어가 해상훈련을 하였다. 

 

더 심각한 건 미군이 7월 괌에서 남중국해의 중국 인공섬을 점령하는 훈련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당시 미 육군 27사단 소속 공수부대원 350명은 알래스카에서 괌으로 가는 공군 C-17 수송기에 탑승해 적 비행장을 점령하는 훈련을 했다. 

 

또 일본의 무인도인 마게섬에 새로운 비행장을 건설하고 사이판 인근 티니안섬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했던 활주로를 재정비하는 등 미국은 중국을 겨냥한 새로운 공군기지 건설에 나서고 있다. 

 

한편 미국은 중국을 압박하는 군사동맹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8월 31일 미국-인도 전략동반자 포럼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은 미국,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등 4자 안보대화(쿼드)를 나토와 같은 다자 안보 동맹으로 공식 기구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일단 4개국으로 시작해 한국, 베트남, 뉴질랜드를 추가할 구상까지 공개했다. 

 

만약 이 구상, 즉 동아시아판 나토가 실현되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한 단계 도약하고 중국에 심각한 위협을 안겨줄 것이다. 현재 중국은 인도와 히말라야 국경지역에서 유혈충돌을 하는 등 국경분쟁 상태에 있으며 일본과는 댜오위다오섬, 베트남과는 남중국해 문제로 대립하고 있다. 동아시아판 나토가 중국과 충돌할 지점은 얼마든지 있다. 

 

4. 무역전쟁을 넘어 전면적인 경제전쟁으로

 

지난 2년 동안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미중 무역전쟁은 일단 휴전에 들어갔다. 하지만 미중 사이의 경제적 갈등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최근 미중 사이의 가장 큰 이슈는 동영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틱톡(TIKTOK)’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6일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가 중국 공산당의 요청에 따라 미국인의 개인정보를 넘길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나아가 미국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며 미국 내 사용금지, 미국 내 자산 매각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월마트 등 미국 유력 기업들이 틱톡 인수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수를 9월 15일 전에 마치지 않으면 틱톡은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인수에 따른 상당 부분의 수익금을 미국 정부가 가져갈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 틱톡 로고.     ©TikTok

 

미국 기업들이 틱톡 인수에 나서자 8월 29일 중국은 당국의 허가 없이 수출할 수 없는 기술 목록을 개정했다. 이 목록에는 틱톡의 핵심 기술인 텍스트 분석, 콘텐츠 추천, 스피치 모델링, 음성 인식과 같은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는 해외 기업에 핵심 기술을 제공할 수 없게 되었다. 기술 제공 없이 틱톡을 인수하면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중국 정부가 틱톡 인수를 막은 셈이다. 

 

틱톡만 문제가 아니다. 폼페이오 장관은 8월 5일 기자들에게 “신뢰할 수 없는 중국 앱들을 제거해야 한다”라며 “미국 데이터의 중국 유출이 염려되는 클라우드 서비스 역시 차단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를 위해 통신사, 앱, 앱스토어, 클라우드, 케이블 등 5대 분야에서 미국 기업이 중국 서비스를 탑재하지 못하도록 하는 ‘클린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가동한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모든 중국 앱에 대해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틱톡을 둘러싼 미중 갈등은 양국 경제갈등이 언제든 새로운 양상으로 폭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을 지낸 위용딩 중국사회과학원 명예교수는 8월 12일 중국 관영 매체 신징바오 주최 토론회에서 “미국은 단순히 중국 은행을 제재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해외 중국 자산까지 압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해외 중국 자산 압류는 미중 무역전쟁을 뛰어넘는 경제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만큼 극단적인 대립도 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미중 양국은 점점 대결을 전면적으로, 극단적으로 가져가고 있다. 양국 모두 대결에서 물러날 수 없다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그리고 미중 대결은 향후 국제질서와 우리 사회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미중 대결의 특징, 배경을 차례로 살펴볼 예정이다. 

 

※이 글은 자주시보와 주권연구소에 동시 게재됩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band naver URL복사
URL 복사
x

PC버전 맨위로

Copyright ⓒ 자주시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