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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를 통해 본 미국의 문화지배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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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희
기사입력 2020-09-15

평화이음이 월간 '민족과 통일' 9월호를 발간했다. 

우리사회와 한반도 정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어벤져스를 통해 본 미국의 문화지배전략 

 

*TMI 주의(TMI=too much information: 원치 않는 정보를 얻을 때 주의를 환기시키는 은어)

*스포일러 주의

 

많은 사람들이 「어벤져스」를 본다. 그리고 나 또한 그렇다. 실제로 「어벤져스」 시리즈는 「아바타」를 제치고 역대 세계 흥행 1위를 할 정도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그리고 「어벤져스」의 원작사인 마블코믹스는 미국의 거대한 애니메이션 회사이다. 일례로 지난번에 개봉한 「어벤져스 엔드 게임」은 전 세계적으로 2조 원에 가까운 흥행 수익을 얻었다. 2조 원이면 전국 대학생에게 100만 원씩 나눠줄 수 있을 만큼 큰돈이다. 요컨대 마블코믹스는 미국의 엄청난 자본이자, 문화 산업의 정수이기도 하다.

 

1939년 타임리 코믹스로 설립되어 1950년대에는 아틀라스 코믹스를 거쳐, 1960년대에 스탠리, 잭커비, 스티브 딧코가 제작한 「판타스틱4」(또 다른 흥행 SF영화)에서 현재 상호를 착안하였다. 그 후 현재 마블코믹스는 DC 코믹스(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등을 출판한 또 다른 만화회사)와 견줄만한 미국의 걸출한 만화회사로 자리 잡고 있을 만큼 거대한 미국의 만화 산업체이다. 

 

그리고 마블의 슈퍼히어로는 시대적 배경과 함께 탄생했다. 마블의 첫 영웅 캐릭터인 캡틴 아메리카는 세계 2차 대전 즈음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미국 국민들은 세계 1차대전에 이어 또다시 전쟁에 뛰어들기엔 힘에 겨웠다. 그런데 이 때 등장한 캡틴 아메리카를 보며 미국 국민들은 스스로를 세계를 지키는 영웅처럼 여기게 되었다.

 

마블시리즈는 중세시대부터 인류를 매혹시켜온, 아니 어쩌면 태초부터 매료시켜온 영웅적 서사의 현대판이라 할 수 있다. 현실에 절대 존재할 수 없는 히어로들이 엄청난 초능력을 탑재한 채, ‘그 무한한 능력치에도 불구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다. 그리고 그들은 초인적 존재인 동시에 너무나도 우리와 같은 고민 속에 갈등하고 방황하다 결국 일어선다. 게다가 단순한 선악의 이분법이 아닌 나름의 선악에 대한 고뇌, 철학을 바탕으로 한 영웅의 성장기는 심지어 재미있기까지 하다. 거기에 금상첨화로서 휘황찬란한 컴퓨터그래픽(CG)들과 함께 버무려지며 현실에서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기적들을 매 장면마다 수많은 CG업계 노동자들의 피땀을 갈아 넣어 버무린 것, 그것이 바로 「어벤져스」이며 영화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들은 악을 이기고, 평범하고 복잡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대리만족을 가져다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거대한 문화 산업이 불편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벤져스」의 오랜 팬으로서 이러한 스스로의 감정이 불편해질 만큼 불편한 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에 대해 함께 생각해봐주셨으면 한다.

 

 

1. 마블 히어로들의 면모

 

(1) 토니 스타크 - 군수산업체의 상징

 

극중 토니 스타크는 거대한 군수산업체의 ‘사장’이다. 영화 속에서 그는 전쟁 중인 이라크를 방문하였다가 이라크 ‘반군’의 공격을 받고 전쟁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게 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미국은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고 거짓말을 해놓고 전 세계의 경찰을 자처해 그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영화는 철저히 제국주의의 편에서 전쟁을 그린다. 이라크를 방문했던 스타크를 선량하고 양심적인 전쟁의 피해자로 묘사한다.

 

「어벤져스」는 스타크라는 매력적인 주인공을 내세워,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람의 목숨으로 장사를 해온 군수산업체의 본성을 가린다. 또한 「어벤져스」는 스타크를 통해 미국의 ‘무력’을 과시한다. 한마디로 어벤져스는 미 군수산업체의 과대광고인 셈이다. 토니 스타크는 일종의 비싸고 화려한 광고 속 모델인 것이다.

 

(2) 캡틴 아메리카 - 미국의 전쟁을 상징

 

캡틴 아메리카는 원래 한마디로 ‘찌질이’였다. 체구도 작고 사람들에게 늘 놀림거리만 되던 그는 어느 날 거대한 실험에 참가해 무적의 힘을 얻게 된다. 여기까진 다소 식상한 전개다. 그리고는 전 세계 전쟁에 참가해 미국의 ‘승리’를 이뤄낸다. 뭔가 석연치 않다. 또 다시 등장한 미국의 제국주의적 욕망이다. 아이언맨인 토니 스타크 뿐만 아니라 캡틴 아메리카 역시 미국의 편에 선다. 지금껏 미국이 저질러온 수많은 전쟁과 폭력, 학살을 미화하는 ‘전사’로서 말이다.

 

중남미의 수많은 정권들이 미국의 방해 공작으로 자신들의 정권을 잃고, 스스로 발전할 가능성을 잃고, 주권을 상실한 채 살아가게 된 것. 베트남 국민들이 원치 않는 전쟁으로 자신들의 삶을 잃고, 여성들은 강간당하고 어린이들이 학살당하게 된 것. 한반도가 초토화되며 수천수만의 평범한 삶들이 골에 끌려가 이유도 없이 아주 날벼락 같은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 그것이 바로 미국이 저질러온 전쟁의 본모습이다.

 

그런데 캡틴 아메리카의 등장은 그러한 미국의 패권주의를 깡그리 지워버리고 미국이 마치 전 세계의 ‘정의’를 위해 움직인다는 이미지를 심어준다. 그의 말끔한 미소가 불편하게 다가오는 이유이며, 자신이 주장하는 ‘정의’가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문제는 이 둘이서 모든 「어벤져스」 영화를 이끌어간다는 사실이다. 영화의 기능은 바로 ‘감정이입’을 통해 사람의 생각을 바꾼다는 데에 있다. 그런 측면에서 「어벤져스」는 극단적 폭력과 학살로 세워진 미국이라는 국가를 전 세계의 절대적인 ‘정의’로 무의식중에 생각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2. 미국은 세계를 구하는 영웅이다?

 

마지막으로 「어벤져스」가 불편해지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영화 속 주인공들을 내세워 자신들의 제국주의적 야만을 감추고 오히려 합리화시키기 때문이다. 욕구나 감정 또한 그 개인이 속한 사회의 형태에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그러한 사회를 돌아가게끔 하는 중요한 기재는 바로 미디어이다. TV프로그램, 영화 등등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의식을 잠식한다. 실제로 미국이 과거 소련을 정복하기 위해 제일 먼저 한 일이 코카콜라나 음악, 영화 등을 전파시킨 일이 아니었나? 그런 의미에서 「어벤져스」의 영웅들은 우리가 발 딛는 현실을 잊고, 은연중에 누군가 나를 구해주겠거니 생각하게끔 만든다. 그리고 그 영웅은 다름 아닌 ‘미국’이다.

 

그러나 시대를 바꿔온 것은 특정한 영웅이 아니라 언제나 다수의 민중들이었다. 물론 특출한 개인들이 있기는 하지만 절대 한 사람이나 소수가 사회를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영웅’이 아닌 훌륭한 절대 다수의 각성된 사람들의 힘이 필요한 것이다. 녹록치 않은 현실에서 필요한 것은 캡틴도, 강철 인간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고 함께 걸어갈 ‘우리’이다.

 

 

3. 급한 결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마치 스스로가 구국의 영웅인 양 구는 것을 보면, 또 트럼프 지지자들이 그러한 서사로 트럼프라는 인물을 추앙하는 것을 보면 분명 「어벤져스」의 또 다른 폐해가 떠오른다. 자신의 국민도 돌볼 줄 모르는 트럼프가 세치 혀로 구국의 영웅인 냥 행세하는 것을 보면, 미국인들은 어느새 「어벤져스」와 같은 ‘국뽕’에 젖어 그릇된 판단을 했을지 모른다. 

 

또한 이 영화를 보는 우리도 은연중에 우리 자신의 힘을 잊고, 미국이라는 나라를 강대국으로 여기게 되는 것은 아닐까? 「어벤져스」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물론, 마블이 또 다른 영화를 낸다면 고민 끝에 리모컨을 들어 재생을 누를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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