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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72년] ③ 국가보안법 7조부터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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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기사입력 2020-11-28

올해로 국가보안법 제정 72년째입니다. 역사적인 촛불혁명과 판문점선언 뒤에도 국가보안법을 앞세운 ‘종북몰이’와 간첩 조작 사건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이에 ‘국가보안법 폐지, 개정’을 촉구하는 의미 있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사상의 자유를 내리누르는 국가보안법 청산을 주제로 총 4편을 연재합니다.


 

1. 16년 만에 불붙은 국가보안법 논의

 

​“보고 드립니다. 국가보안법 7조(반국가단체·고무 찬양죄)를 폐지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가보안법 개정안 내용 중에서.

 

​오는 12월 1일 국가보안법 제정 72년을 앞두고 국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개정 논의에 화르르 불이 붙었다. 앞서 2004년, 17대 국회에서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 논의가 나온 뒤 꼭 16년 만이다.

 

​지난 10월 22일,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15명이 국가보안법 7조 “찬양·고무죄 폐지”를 담은 국가보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어 11월 18일,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면서 “국가보안법 7조 폐지” 기대감이 한껏 높아지고 있다.

 

​7조는 국가보안법 가운데에서도 민주주의와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핵심조항으로 손꼽힌다. 이규민 의원은 “찬양·고무의 판단 기준이 주관적일 뿐만 아니라 법집행자의 정치적 성향이나 가치관, 시대적 변화 등에 따라 해석과 적용이 달라지게 되는 위험성이 있고, 실제로도 집권 정부의 성향에 따라 법의 적용 횟수가 크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헌법이 정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하여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위축시키고,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찬양·고무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부터 앞장서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꼴이 되고 만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월 19일,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한 말을 떠올려보자.

 

​“이번 방문에서 나는 평양의 놀라운 발전상을 보았습니다. 김정은 위원장과 북녘 동포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지 가슴 뜨겁게 보았습니다.”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스스로 일어서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를 보았습니다.”

 

​국가보안법 7조를 적용하자면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앞에서 대놓고 북한을 “찬양·고무”한 첫 대통령이 된다. 만에 하나라도 문재인 대통령이 물러나고 “북한과 전쟁”을 외치는 국민의힘이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잡는다고 생각해보자.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 움직인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될 수도 있다.

 

​실제로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 남북교류를 했던 사람들이 정권이 바뀌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무더기 기소당했다. 이렇듯 국가보안법은 너무나도 악랄하다.

 

​2. 시민사회·국가보안법 피해자와 함께한 국회토론회

 

 

국가보안법 개정안 발의는 시민사회·국가보안법 피해자와 연대하며 본격화될 수 있었다. 지난 11월 5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표현의 자유’와 국가보안법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이 자리에서 “악법 중의 악법 국가보안법, 7조 폐지부터 최선을 다하자”라며 한뜻을 모았다.

 

​눈여겨볼 점은 시민사회단체 ‘국가보안법 7조부터 폐지운동 시민연대’(이하 7조 폐지 시민연대)와 국회의원들이 토론회를 같이 열었다는 것. 토론회에서 사회를 맡은 박미자 7조 폐지 시민연대 운영위원장은 “국가보안법 7조부터 폐지운동 시민연대가 제안하고 홍익표 의원, 박주민 의원, 설훈 의원, 이학영 의원, 도종환 의원, 이재정 의원, 이규민 의원으로 7분의 국회의원들과 공동 주최한 국회토론회”라고 밝혔다.

 

​지난 5월 21일 결성된 7조 폐지 시민연대는 여러 교육시민 단체들이 7조 폐지를 위해 함께 힘을 모은 단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참교육학부모회, 다산인권센터를 비롯한 20여 개 단체가 7조 폐지 시민연대에 이름을 올렸다. 시민연대에는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을 지낸 박미자 운영위원장을 비롯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통받은 활동가들도 상당수 속해 있다.

 

​돌아보면 민주당은 지난 1998년 김대중 정부, 2004년 노무현 정부 당시 국가보안법 개정·폐지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아쉽게도 개정·폐지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2020년 문재인 정부 들어 세 번째 기회를 맞게 됐다.

 

​진보민주진영이 크게 승리하며 21대 국회가 구성된 만큼 ‘이제는 반드시 7조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아 보인다. 이날 토론회 참가자들은 7조 폐지 활동가, 교사, 교수라는 ‘직함’과 상관없이 국가보안법 피해 사례에 “더 이상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라며 안타까워했고 “7조부터 폐지하자”라고 입을 모았다.

 

​북한을 연구하는 학자였던 홍익표 의원은 인사말에서 “구설수에 오르게 될까, 혹시라도 문제가 되지 않을까 (두려웠다)”라며 국가보안법에 따른 자기 검열 사례를 솔직히 털어놨다. “‘김일성 주석’이라고 하면 거부감이 있으니까, 존칭이 아닌 ‘국가주석 김일성’이라고 썼다. 모든 사람의 직위를 통일했다. ‘한국 대통령 노태우’, ‘미국 대통령 부시’ 이런 식으로 했더니 그거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걸지 않고) 넘어가더라”라는 것. 그러면서 홍 의원은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한국 사회 표현의 자유, 그리고 사상·양심의 자유의 한 단계 진전을 위해서는 국가보안법 7조, 사실 전체적으로는 국가보안법의 전면 개정·폐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우선 첫 단계로 7조부터 폐지해야 합니다.”

 

​지난 2004~2005년, 현역 국회의원으로서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에 앞장섰던 이창복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 상임대표의장, 이종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도 인상 깊은 격려사를 남겼다.

 

​“7조는 빨리 없어져야 할 법률입니다. 우리 민족의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서 국가보안법은 꼭 없어져야 합니다. 먼저 국가보안법이 없어지고 그다음에 통일이 오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을 해보면서 더욱더 폐지 운동에 앞장서면 좋겠습니다.” -이창복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 상임대표의장이 한 ‘7조 폐지’ 격려사 중에서.

 

​“오랫동안 국회에 있으면서 국가보안법 폐지 못 시키고 짐을 떠넘기고 나가서 죄송합니다. 16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는데요. 이번에 반드시 7조라도 손을 대서 국가보안법에 흠을 낼 수 있는 성과가 꼭 있어야 합니다. 제가 민화협 의장을 해보니까요. 정말 이건 담당하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족쇄가 되고 있습니다.”

-이종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이 한 ‘7조 폐지’ 격려사 중에서.

 

​박미자 7조 폐지 시민연대 운영위원장은 토론회를 마치고 “이제 국가보안법에 대한 말문을 트고 논의와 투쟁을 시작하는 디딤돌 하나를 놓았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이렇게나마 국회에 와서 문제를 제기하니까 조금 후련하기는 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토론회는 시민사회와 국회가 손을 잡고 7조 폐지를 위해 힘쓰고 있음을 보여준 자리였다. 이러한 움직임은 앞으로 있을 국가보안법 개정안 법사위 심사와 본회의 표결에도 큰 영향을 미치리라.

 

​3. 7조 폐지를 디딤돌로 ‘전면 폐지’까지

 

​대한민국 곳곳으로 번진 “국가보안법 7조 폐지”가 한뜻, 한 움직임으로 모였다. 하지만 국가보안법 7조 폐지만으로는 ‘국가보안법 피해자’가 사라지진 않는다. 3조(반국가단체 구성죄), 8조(회합·통신죄) 등 다른 조항에도 민주주의와 사상의 자유를 옥죄는 문구가 그득하기 때문이다.

 

​이제 “국가보안법이라는 낡은 칼을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라며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 논의를 처음 시작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을 되새겨보자.

 

​문재인 대통령도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서 “(참여정부 당시) 민정수석 두 번 하면서 끝내 못한 일, 그래서 아쉬움으로 남는 게 몇 가지 있다. 공수처 설치 불발과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못한 일도 그렇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못한 것은) 공수처보다 더 뼈아팠다”라고 속내를 밝혔다.

 

​72년 동안 이어진 ‘국가보안법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시대로 넘어설 때다. 그동안 수구분단적폐 세력이 민주주의와 사상의 자유를 짓밟아온 무기, 국가보안법을 마냥 내버려 둬서는 안 될 일.

 

​개정안 발의는 시작일 뿐이다. 7조 폐지를 디딤돌 삼아 앞으로 최종 목표인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까지 힘 있게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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