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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절차의 정당성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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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영
기사입력 2020-12-15

윤석열 징계 회부와 공수처법 개정을 두고 ‘절차적 정당성’에 대해 여기저기에서 논란이 무성하다. 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두고 며칠 머릿속이 복잡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우선 인터넷에서 ‘윤석열 징계 절차적 정당성’을 검색해 보았다. 관련 기사와 글, 동영상이 수많이 떴다. 절차적 정당성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오죽하면 대통령까지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12월 3일)했을까. 

 

‘도대체 어느 정도 절차를 잘 밟아야 정당성이 확보되는가’ 하는 반발심이 깔린 의문이 고개를 쳐든다. 소위 ‘법알못’인 필자가 처음 들어보는 법적인 용어들까지 동원된 주장들이 오가는 인터넷 공간에서 헤매고 있을 때 마음이 확 밝아지게 만드는 글 한 편이 눈에 들어왔다. 아래에 한 대목을 소개한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원회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쌍방의 절차법적 수 싸움이 요란한 사이, 징계 사유 자체에 대한 사회적 토론은 상대적으로 묻혔다. 한편에선 윤 총장 징계가 검찰개혁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물음도 나온다. 함께 생각해볼 문제다. (중략)

 

윤 총장 징계 사유들은 과도한 권한의 무소불위 행사, 견제 장치의 부재, 정치적 편향 등 검찰개혁이 필요한 지점들과 맞닿아 있고, 사실이라면 재발을 용인할 수 없는 일들이다. 징계 수위를 떠나, 반드시 짚고 법적·사회적 평가를 내려야 할 문제다.』 ([아침햇발] 윤석열 총장 징계 사유 톺아보기 / 박용현 (한겨레 12월 8일))

 

그렇다. 먼저 윤석열 징계가 정당한가를 따져봐야 한다. 절차적 정당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어디를 들여다보아도 윤석열 징계가 정당한지에 대한 판단은 없다.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답답해지는 이유는 이것이었다.

 

그렇다면 윤석열 징계는 정당한가. 징계 회부 내용을 보면 윤석열은 철저히 청산해야 하는 적폐라는 것이 뚜렷이 드러난다. 적폐 세력의 편에서 그들을 위해 검찰권이라는 무소불위의 칼을 휘둘러왔고, 또한 스스로 적폐가 되어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검찰권을 행사해왔다. 이를 더이상 방관하면 안 되는 시점이 되었다. 적폐는 도려내고 청산해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은 자신에 대한 적법한 감찰 절차까지 거부했다. 그래서 그다음 수순으로 밟고 있는 정당한 절차가 바로 징계위원회 회부이다.

 

절차적 정당성의 함정에 빠지면 징계의 사유가 뚜렷함에도 역으로 징계가 부적절하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될 수도 있다. 지금 윤석열에 대한 징계 철회를 가장 바라는 것은 윤석열 본인을 포함한 적폐 세력일 것이다. 절차를 이야기하며 내용을 따져보지 않으면 나도 모르는 새에 적폐 세력의 편을 드는 우를 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수처법 개정은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하는가. 종편 여기저기에서는 공수처법 개정안 논의 및 국회 통과를 두고 하루 종일 떠들어댄다. 이야기하는 주된 내용은 당연히(!) ‘비토권 무력화’가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생각의 갈피를 잡기가 한결 수월했다. 이제껏 국힘당이 기존의 공수처법에서 보장된 ‘비토권’을 공수처 출범을 막는 수단으로 악용해 온 것이 워낙 뚜렷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출범하면 검찰의 봐주기 수사와 기소권 오용에 기대 자신의 부정비리에 대한 처벌을 교묘하게 피해왔던 그들이기에 그런 행위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용납은 안 된다. 

 

이처럼 공수처법 개정이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하는가 하는 문제에서도 국힘당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가 나선다. 국힘당은 자체가 개혁에 저항하는 부정비리 적폐 세력이다. 4년 전 활활 타오른 촛불에 의해 박근혜와 함께 심판받았어야 마땅한 ‘박근혜 잔당’이다. 적폐 세력을 깨끗이 도려낼 수술의 칼날, 적폐 세력이 저질러온 부정비리에 대한 무자비한 심판의 칼날이 되어야 하는 것이 공수처이다. 그래서 국힘당은 사력을 다해 공수처 설치를 막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나아가 국민이 만들어준 여대야소의 국회 구도에서 소수 야당이 ‘절차’를 운운하며 개혁을 가로막는 행위를 보장하는 게 과연 민주주의인지도 의문이다. 소수 야당의 비토권을 보장해 개혁을 중단시키는 것이야말로 국민의 뜻에 반하는 행위이며 부당한 절차 아닌가?

 

지금 윤석열 징계, 공수처법 개정 문제는 독재 세력, 적폐 세력이 완전히 청산되고 민주주의가 온전히 보장된(혹은 실현된) 조건에서, 나서는 문제의 처리에 공정을 기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개혁을 바라는 세력이 적폐 세력과의 투쟁에 어떤 자세로 임하느냐의 문제이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국민들이 친일친미 기득권 세력의 독재에 저항해 민주화를 진전시켜온 투쟁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독재적폐 세력의 극렬한 저항을 물리치고 초보적인 성과를 이룩한 민주화를 더욱 진척시키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개혁에 실패하고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들어섰으며 그로 인해 민주화의 시계가 한참이나 뒤로 돌아갔던 지난 경험을 통해 우리는 직감할 수 있다. 이번에 실패하면 그저 답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또 얼마만큼의 퇴보가 일어날지 말이다.

 

저항이 격렬하고 그로 인해 일시적인 소란스러움이 뒤따르더라도 정해진 법적 절차에 따라 개혁의 발걸음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민주적인 토론과 의견 수렴이 가능한 상태에서야 절차도 비로소 빛이 난다. 지금과 같이 일방(국힘당, 검찰)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어 민주적인 토론과 의견 수렴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에서는 그 어떤 절차를 밟아도 정당성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은 항시적으로 열려있다. 구성원들이 민주적 토론과 의견 수렴 절차를 원만히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그 절차도 빛이 날 수 있다. 

 

그리고 형식으로서의 절차는 내용을 잘 담보할 때 빛이 난다. 지금 우리는 한국 민주화의 진일보를 위한 절체절명의 개혁과제(내용)를 수행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지금은 비록 정당성 시비에 휘말려 있지만 적폐 세력의 격렬한 저항과 그로 인한 소란을 뚫고 개혁이 완수되었을 때에 지금의 절차는 빛나게 기록될 것이다. 절차란 그런 것이다. 

 

지금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종교계를 비롯한 각계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SNS에서도 1인 시국선언이 번지고 있다. 

 

검찰개혁을 바라는 민심이 시국선언이라는 촛불로 타올라 어둠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회적 현상은 지금의 윤석열 징계, 공수처법 개정 절차들이 정당성을 가진 과정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이 촛불이 조만간 적폐를 한꺼번에 불사를 횃불로 활활 타오를 것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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