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코로나19 사태에 이은 백신 전쟁

가 -가 +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21-01-03

평화이음이 월간 '민족과 통일' 1월호를 발간했습니다. 

우리사회와 한반도 정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코로나19 사태에 이은 백신 전쟁

 

2020년을 뒤흔든 코로나19 사태는 새해에 코로나 백신 사태로 옮겨갈 전망이다. 여전히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는 상황에서 전 세계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작에 희망을 걸고 있다. 현재 미국의 화이자와 모더나,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 중국의 시노백 백신이 유통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백신개발과 접종본격화는 한편으로는 인류의 희망이 되고 있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각종 사회적 현상도 파생되고 있다.

 

“돈 때문에 코로나19 백신 못 맞는 세계”

 

코로나19 백신 유통과정은 전 세계 인류의 건강권마저 돈의 논리에 좌지우지되는 현 세계체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고 있다.

 

소위 ‘부유국’들의 백신 싹쓸이로 ‘빈곤국’에서는 10명당 1명만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국제앰네스티·글로벌저스티스나우·프론트라인에이즈 등의 연합체인 백신동맹(PVA)은 지난 12월 8일(이하 현지 시간) 보고서에서 거의 70개에 가까운 가난한 국가에서 10명 중 1명만이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백신동맹은 세계 인구의 14%에 불과한 ‘부유국’이 지금까지 8대 주요 백신의 53%를 구입했다고 지적했다. 모더나 백신은 100% 전량이, 화이자는 96%가 부국에 팔렸다. 실제 ‘부유국’들이 계약한 백신 물량은 인구수에 비해 EU가 2배, 미국과 영국은 4배, 캐나다는 6배에 달하는 실정이다.

 

가난한 국가들의 국민들은 접종시기도 언제가 될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경없는의사회’가 12월 15일 소개한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교 연구진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는 일부 ‘부유국’들이 코로나19 백신의 약 51%를 보유했거나 선주문했다.

 

보고서는 이로 인해 당분간 세계 인구의 85%는 나머지 백신 49%를 나눠 갖는 구조가 형성될 것이며, 이렇게 되면 세계 인구의 25%는 최소 2022년까지 백신을 맞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92개 중·저소득 국가를 포함해 180여 개 나라가 포함된 국제 백신 공유 프로젝트인 ‘코백스퍼실리티(COVAX Facility)’가 확보한 백신은 10억회 분량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추가 확보량을 감안해도 개발도상국들은 인구의 20% 접종을 초기 목표로 잡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단 국가 간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한 국가 내 부유층과 빈곤층의 백신접근 능력 역시 불평등하다.

 

미국 내에서는 먼저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웃돈을 주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부유층이 백신을 먼저 맞기 위해 현금 수만 달러를 주겠다며 의사들을 매일 괴롭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KBS 보도에 따르면 실제 코로나 백신을 확보한 LA 시더사이나이 메디컬센터의 제프 톨 박사는 최근 한 부유층 고객이 “2만5,000달러(약 2,750만 원)를 병원에 기부하면 백신 접종 순위를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되냐고 문의했다”고 밝혔다.

 

자기 직원들에게 먼저 백신을 맞히려는 기업들의 로비도 치열하다. 일례로 아마존은 최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문위원회에 서한을 보내 아마존 직원들이 가장 빨리 접종하는 대상 명단에 포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로비 능력이 큰 ‘부자기업’이 백신접종에 더 유리한 구조가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국민 세금으로 백신 돈벼락 맞을 제약회사들

 

전 세계 인류의 생명이 달린, 국제적 공공재라 할 수 있는 코로나19 백신을 일부 제약회사가 공급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정당한지도 문제다. 나아가 백신 개발에 막대한 국가적 지원이 있었음에도 백신을 개발한 일부 제약회사가 돈방석에 앉는 것이 적절한지도 문제로 남는다.

 

CNN 보도 등에 따르면 월가에서는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모더나가 내년에 코로나19 백신으로 320억 달러(약 35조 원)를 벌어들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화이자가 내년 코로나19 백신으로 매출액이 190억 달러(20조8,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백신 매출액 9억7,500만 달러 대비 20배 가까이 급증하는 수치다. 2023년까지 접종이 이어지면 93억 달러가 더해진다.

 

또 다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모더나의 내년 코로나19 백신 매출이 132억 달러(14조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2021~2022년 모더나가 100억~15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모더나는 지난해 매출이 6,000만 달러(656억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으로 소위 ‘돈벼락’을 맞게 된 것이다. 모더나의 주가는 올해 무려 700%나 폭등했다.

 

문제는 이들 제약회사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온전히 그들 기업의 힘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모더나는 미국 정부로부터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약 9억5,500만 달러(1조400억 원)를 지원받았다. 국민들의 혈세가 직접 들어간 것이다.

 

화이자는 정부 차원의 지원금을 거절했다. 하지만 직·간접적인 지원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일례로 미국 연방정부는 백신 제조를 앞당기기 위해 백신 제조사에 2024년까지 면책 특권을 부여했다.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제약사에 책임을 물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화이자 역시 각종 제도적 지원을 받았다.

 

이렇게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은 제약회사들이 수익은 온전히 자신들이 챙기려 한다. 아니 더 나아가 이번을 돈벌이 기회로 삼는 모습이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스티븐 호게 모더나 의장은 7월 열린 하원 청문회에서 “백신을 원가로는 팔지 않겠다”며 영리 추구 입장을 분명히 했다. 존 영 화이자 최고사업책임자(CBO) 역시 “현 상황이 매우 특수하다는 점을 알기에 이를 백신가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러한 제약회사 이윤 챙기기는 미국 회사들이 심하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지속하는 동안에는 이윤을 남기지 않겠다고 했다. 현재 화이자 백신 가격은 18~19달러로 책정돼 있다. 모더나는 25~37달러, 아스트라제네카 4~8달러 수준이다.

 

전 세계적 불행을 특정 집단의 재산 축적 수단으로 삼는 게 정당하냐는 지적이 계속되는 이유다.

 

비서방 백신에 대한 맹목적 불신

 

코로나19 백신개발 및 유통과정을 통해 확인 할 수 있는 또 다른 측면은 미국 등 서방 제약회사들에 대해선 큰 신뢰를 보내는 사람(혹은 언론, 국가)들이 중국이나 러시아의 백신 개발 진전에 대해선 의혹의 눈초리로 대한다는 것이다.

 

백신 개발을 체제경쟁의 산물로 인식해 중국이나 러시아의 백신을 덮어놓고 깎아내리기에 바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가 개발한 백신은 유통까지 필요한 3차 임상시험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덮어놓고 불신할 만큼 ‘불완전한’ 백신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또한 화이자 백신 등 서구의 백신 역시 정상적인 절차보다 훨씬 압축적인 과정으로 개발된 것임을 고려한다면 동일한 잣대로 각국의 백신을 평가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다.

 

이와 관련해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2월 14일 사설에서 화이자 백신에 대해 “신기술인 ‘리보핵산 방식’의 백신으로서, 응급용으로 투입되지만 그 안전성은 광범한 사용을 통해 아직 더 많은 시험을 거쳐야 한다. 어찌 보면 전체 접종자가 화이자 백신의 신뢰성을 시험하는 일이 계속된다고 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비해 중국이 개발한 백신은 ‘불활성 백신’으로, 이미 성숙한 기존 백신 제조방식을 사용해서 종합적 리스크가 훨씬 적다는 것이 중국 측 입장이다(※ 덧붙여 중국 측은 코로나19가 이미 통제된 상황이라 본토에서 3차 임상시험을 진행할 조건이 안 된다고 한다).

 

러시아 역시 ‘스푸트니크 V’에 대해 그동안 다른 백신에 여러 차례 적용된 ‘아데노바이러스 벡터(운반체)’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안정성과 효능이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데노바이러스 벡터(운반체)는 이미 에볼라나 메르스 백신 개발에서 깊이 연구된 것으로 3차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아도 접종에 별문제가 없다는 것이 러시아의 입장이다.

 

우리의 고정관념과는 다르게 여러 국가가 중국이나 러시아 백신을 사용하거나 사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돈벌이가 일차적인 목적인 미국의 제약회사들과 달리 중국이나 러시아는 국가 차원에서 저렴하게 백신을 공급하고 있어 매력을 느끼는 국가들이 많은 상황이다.

 

인도네시아, 브라질, 터키, 필리핀, 멕시코, 칠레, 모로코 등이 중국산 백신을 쓰기로 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수도 아부다비 주민을 대상으로 중국 시노팜 백신을 무료 접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백신 역시 벨라루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등에서 사용될 예정이다. 미국의 유명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은 러시아 백신을 접종한 바 있다. 베트남,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필리핀 등 27개국에서 ‘스푸트니크 V’를 구매하겠다고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는 코로나19 백신을 러시아가 개발한 백신과 결합해 접종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로 다른 코로나19 백신의 결합이 가능하다면 보호력이나 백신의 접근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선택은 러시아가 개발한 백신이 의학적 효능이 있음을 보여준다.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는 현재 세계 질서의 민낯을 여러 측면에서 드러내 주고 있다. 전 세계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극복해내는 것과 함께, 인류가 어떤 문제를 바로잡고, 어떤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것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band naver URL복사

최신기사

URL 복사
x

PC버전 맨위로

Copyright ⓒ 자주시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