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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남북미의 셈법으로 본 한반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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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노 재미동포
기사입력 2021-01-28

드디어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주변의 정치적 셈법이 조금씩 그리고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 아직 공고한 최종 정책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남북미 셈법을 통해 앞으로 전개될 정책의 개략적 그림이 그려질 수 있을 것 같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총화 보고를 통해 대남, 대미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와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대북, 대미 입장을 밝혔다. 새로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은 아직 공개된 건 없지만 관련 담당 보좌관들의 대북, 대남 발언을 참고할 수 있다.

 

1) 북측의 주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측을 향해 남북 간 합의사항들의 조속한 이행만이 남북 관계가 다시 따뜻한 봄날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걸 강조했다. 특히 첨단무기 반입과 한미합동훈련은 남북 군사합의 위반일 뿐만 아니라 남북 관계를 완전히 파멸로 몰아가는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그리고 미국을 향해서는 ‘대북적대정책’ 폐기가 조미 관계 개선의 핵심적 관건이라면서 ‘강 대 강, 선 대 선’이 대미정책의 기본 노선이라고 강조했다.

 

2019년 2월 28일, 하노이에서는 국제외교사에 전례 없는 대형 외교 참사가 빚어졌다. 트럼프가 합의서 초안을 거부한 희대의 엽기적 사건이다. 이는 전 세계를 경악 분노케 했다. 여기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의 ‘양두구육’ (양가죽을 뒤집어쓴 이리)의 꼴을 보고 ‘저것이 바로 미국의 모습’이라고 절감했을 거로 짐작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 8차 대회에서 “누가 정권을 잡아도 미국의 정체와 본질은 변함이 없다”라는 걸 유독 강조한 데서도 알 수 있다. 

 

2) 남측의 주장; 문재인 대통령은 새해에 남북, 북미 관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어떤 구체적 실천 방도를 밝히지 않은 건 아쉽다. 적어도 개성공단 하나 정도는 재개하겠다고 했어야 옳다. 한미 정상을 비롯해 양국 국방장관, 안보실장 간에도 통화가 있었다. 모두가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고 소통과 공조가 중요하다는 데 일치를 봤다. 한편 정의용 전 안보실장이 새 외교부 장관에 발탁된 것은 한미 간의 인맥을 최대 활용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언제 어디서나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빈손으로는 정상회담이 가능하지도 않고 결실이란 있을 수도 없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당장 남북 합의를 이행할 테니 정상회담을 하자고 하는 게 순서다. 남북, 북미 관계를 가늠하게 될 ‘한미합동훈련’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연례 방어적’이라며 ‘필요하면 남북군사회담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북은 물론이고 코로나 대재앙으로 전 세계가 신음하는 속에서 천문학적 혈세를 소진하며 전쟁연습을 벌인다는 건 국제사회의 비판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진정한 주권국가의 통수권자라면 자국 영토에서 벌어질 합동훈련을 누구와 상의하거나 허가를 받으려 할  게 아니라, 당연히 똑 부러지게 취소 결정해야 마땅한 도리다.

 

3) 미국의 주장; 지난 11월 초, 바이든은 승리가 발표된 직후 문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국이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에서 핵심(Linch Pin)이라고 했다. 이게 바로 미국이 한국을 보는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브링컨은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북 비핵화를 위해 동맹국들과 협의를 하는 동시에 대북정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백악관 대변인도 비슷한 내용의  발언을 했다. 국무성에서 같이 근무했던 조셉 윤 국무성 전 대북특별대표는 최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브링컨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해서 눈길을 끈다. 브링컨은 이란 핵타결을 성공시킨 경험을 북핵타결에도 적용하려 할 것 같다고 했다. 비핵화 (CVID)란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브링컨은 ‘군축회담’ 같이 작은 것에서 출발해 큰 것에 도달하는 정책을 펼 가능성이 크다고 윤 전 대표는 말한다. 최근 들어 미국의 대북여론이 많이 긍정적으로 변화된 건 좋은 징조다. 대북 제재압박은 실패 전략이고 이제는 더 현실적 실질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대세라고 한다. <워싱턴 포스트>뿐 아니라 <AP통신>까지 북이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늘 그랬듯이 미국을 자극하기 위한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대응책을 신속하게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한미 외교부 장관도 최근 통화에서 북핵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미 본토가 북의 사정권에 들어있다는 사실과 ‘대북 적대정책’ 폐기를 놓고 대화 준비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종합적 평가를 하자면; ∆남북미의 대화 의지가 있어 보인다는 것은 좋은 징조라 할 수 있다.  ∆북은 한미합동훈련을 차기 행동 판단 기준으로 설정한 것 같다, 또한 남은 합의 사항을 이행하고,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 폐기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미국의 새 정권 탄생을 계기로 예속적 타성에서 과감히 탈출, 자주성 발휘가 절박하다. ∆미국은 북미 대화 분위기를 만들고 대화 신호를 조속히 북에 보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건 트럼프의 남북 교류 협력 저지 정책을 폐기하는 일이다. 이젠 과거의 한국이 아니다. 각성한 한국민의 뜻을 거역하면 무서운 저항, 반미로 번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남북, 북미 관계 경색은 ‘북핵’ 때문이고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미국이 북핵 해결 방도를 모르거나 해결 능력이 없어 해결하지 않는다고 봐선 안 된다. 쉽게 말해, 북핵 타결보다 현상유지 고수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봐야 맞다. 오바마는 ‘전략적 인내’ 간판을 걸고 현상유지를 했다. 트럼프는 ‘싱가포르 북미선언’을 교묘하게 악용하고 사기를 쳐 현상유지를 고수했던 것이다. 미국이 30여 년이나 북핵 소동을 피우며 핵타결을 교묘한 술책으로 회피한 이유가 바로 ‘악마화된 북’의 존재가치가 너무 커서다. 달리 말하면 북은 미국의 ‘필요악’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냉전시대에는 반공 전초기지로, 냉전 종식 이후에는 중·러 봉쇄 전초기지로 남한을 묶어두기 위해 북이 필요한 것이다. 미국이 남북관계 발전을 결사 저지하는 이유는 한반도에 적당한 긴장 위기가 조성되어야 미국이 크게 재미를 볼 수 있어서다. 미국은 핵타결의 가장 큰 수혜자가 남북한이고 다음으로 중국이라는 게 몹시 괴로운 것이다. 물론 일본이 핵타결을 반대할 뿐 아니라 미국의 국익에 역행한다는 게 큰 이유 중 하나다. 당장 주한미군 영구주둔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분명한 건 시대가 변해서 평양의 국제적 위상이 크게 높아졌고 동시에 우리 겨레의 자주 역량을 아무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이 엄연한 현실에 미국이 순응하지 않고 배길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 민족의 간고한 투쟁의 결실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미국의 새 정권은 당면한 최대 안보 위기를 수습하는 게 최우선 과제가 됐다. 트럼프가 걷어찬 ‘싱가포르 북미선언’ 수정 보완 작업부터 하자고 미국이 먼저 입을 열어야 한다. 또한 북이 1차 북미정상회담 분위기 조성을 위해 선제적 조치를 취한 것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이번에는 미국이 선제적 조치를 취할 차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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