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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신년사는 누구를 향한 맹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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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과통일 편집부
기사입력 2021-02-01

평화이음이 월간 '민족과 통일' 2월호를 발간했습니다. 

우리사회와 한반도 정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발간사]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는 누구를 향한 맹세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를 발표하였다. 그러나 거기에는 민족이 바라는 통일이 담겨있지 않았다. 오히려 통일을 밀어내는 내용만 들어있었다. 그래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신년사 가운데 남북관계와 관련된 내용을 하나씩 뜯어보자.  

 

“올해는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지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시작부터 암담하다. 남북 유엔 동시 가입이 자랑할 일이며 기념할 일인가? 유엔 가입을 통해 남북은 별개의 국가임을 국제 사회에 공식 인증하고 말았다. 물론 당시 상황에서 불가피한 일이었다, 필요한 측면도 있었다 이야기할 수는 있겠지만 자긍심 느낄 일은 아니다. 유엔 가입으로 통일은 더 멀어지고 말았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국제사회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남북은 손잡고 함께 증명해야 합니다.”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의 공식 명칭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번영을 위한 판문점 선언’이다. 2018년 남북 정상이 합의한 남북관계의 발전 방향은 어디까지나 ‘평화와 통일, 번영’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그 후로 ‘통일’을 슬그머니 빼버리고 항상 ‘평화와 번영’만 언급한다. 이번 신년사에도 ‘통일’이란 단어는 스치듯 단 한 번 등장하고 말았다. 정말 지독히도 통일을 싫어한다. 그리고 평화와 번영은 우리 자신을 위해 절박한 문제지 국제사회에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다. 우리 민족 내부 문제조차 항상 국제사회 눈치를 보는 뼛속까지 사대주의를 어찌해야 하는가. 

 

“정부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에 발맞추어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멈춰있는 북미대화와 남북대화에서 대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마지막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부분은 국민을 향한 내용이면서 동시에 북한을 향한 내용이기도 하다. 당연히 북한도 신년사의 남북관계 부분을 주목할 것이며 대통령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북한을 향해 ‘한미동맹’ 이야기는 왜 꺼내는 것일까? 외교 부분은 신년사의 다른 부분에서 이미 다뤘다. 한미동맹 이야기가 하고 싶으면 거기서 하면 된다. 왜 남북관계를 이야기하면서 한미동맹 강화를 언급하는 것일까? 사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아닌 미국을 향해 남북관계 구상을 이야기한 것이다. 북한을 상대할 때도 한미동맹 강화를 기본으로 하고 북미대화 중재를 앞세우겠다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맹세를 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남북 협력만으로도 이룰 수 있는 일들이 많습니다.”

 

이미 한미동맹 강화를 이야기한 상황에서 이런 이야기는 아무런 의미도 찾을 수 없다. 그냥 당위적으로 꺼낸 말에 불과하다. 혹시 이 이야기 뒤에 ‘그럼에도 저희는 미국 눈치만 봤습니다’라는 반성과 사죄의 내용이 나오면 모를까.  

 

“우리는 가축전염병과 신종감염병, 자연재해를 겪으며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하고 있습니다.”

 

신년사가 나오기 이틀 전인 1월 9일, 북한은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발표한 사업총화보고 내용을 공개했다. 거기에는 남북관계에서 비본질적 문제 전에 본질적 문제를 다뤄야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떡하니 북한이 지적한 비본질적 문제를 열거했다. 본질적 문제는 없다. 대화를 거부한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여도 될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핵심 동력은 대화와 상생 협력입니다. 언제든, 어디서든 만나고, 비대면의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는 우리의 의지는 변함없습니다.”

 

물론 대화는 좋은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북한이 왜 한국의 대화 요구에 화답하지 않는지 생각해봤을까? 사실 2018년 세 차례나 남북정상회담을 했고 그 밖에도 여러 대화들이 있었다. 하지만 대화를 통한 합의가 이행되지 않는데 더 이상 대화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북한은 8차 당대회에서 “지금 현시점에서 남조선 당국에 이전처럼 일방적으로 선의를 보여줄 필요가 없으며 우리의 정당한 요구에 화답하는 만큼, 북남 합의들을 이행하기 위하여 움직이는 것만큼 상대해주어야 한다”라고 하였다. 상호주의다. 그동안 북한은 상호주의를 비판해왔다. 민족을 위한 일에 주고받기식 거래는 옳지 않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이제는 북한이 상호주의를 이야기한다. ‘민족우선’, ‘민족공조’를 버린 게 아니다. 북한이 말하는 ‘일방적 선의’를 문재인 정부가 왜곡하고 악용하기에 이를 방지하겠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남과 북이 함께 한 모든 합의, 특히 ‘전쟁 불용’, ‘상호 간 안전보장’, ‘공동번영’의 3대 원칙을 공동이행하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낸다면,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평화·안보·생명공동체’의 문이 활짝 열릴 것입니다.”

 

남북합의 이행이 중요하다는 말을 문재인 대통령이 자기 입으로 하였다. 알면서 대체 왜 이행하지 않았는지는 설명이 없으니 아쉬울 따름이다.  

 

대통령 신년사만 보면 올해 남북관계에 도대체 희망을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바이든 취임을 전후로 더욱 강력한 ‘한미동맹 맹세’를 통해 쐐기를 박았다. 이대로라면 북한은 이미 예고한 것처럼 올해 군사정찰위성 발사, 핵잠수함 진수, 신형 ICBM·SLBM 시험, 극초음속활강비행체 시험 등 세계가 긴장할 군사력 강화 활동을 하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끝으로 남북관계와 관련은 없지만 대통령 신년사의 문구 하나만 언급하고자 한다. 

 

“주가지수 역시 2,000선 돌파 14년 만에 주가 3,000시대를 열며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고, 위기 속에서도 한국 경제의 미래전망이 밝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주가가 급격히 오르는 게 신년사에서 자랑할 일인지 의문이다. 경제가 급격히 좋아져서 그에 따라 주가가 오르는 게 아님은 대통령도 잘 알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이너스 성장을 한 마당에 주가가 급상승했다면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분명히 알 것이다. 처참한 경제 상황 속에서 희망을 잃은 서민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너도나도 빚을 내어 주식시장이라는 도박판에 몰리고 있다. 엄청나게 커진 주가 거품이 3월에 꺼질지, 4월에 꺼질지 아무도 모른다. 언제 서민들의 곡소리가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을 두고 ‘한국 경제의 미래전망이 밝음’이라니, 대통령 신년사를 누가 작성했는지 모르겠으나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능력이 밑천을 다 드러낸듯하여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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