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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116] 촛불항쟁 세력의 특징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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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구
기사입력 2021-03-02

앞선 글에 이어: [아침햇살115] 촛불항쟁 세력의 특징 (1)

 

 

3. 북한 변수

 

살펴본 것처럼 촛불항쟁 세력은 친미친일적폐세력의 다양한 반 항쟁 책동에 굴하지 않고 사회개혁을 줄기차게 밀고 나가고 있다. 

 

촛불항쟁 세력이 개혁을 밀고 나가는 데서 북한 변수는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친미친일적폐세력은 한국 사회를 장악하는 핵심 수단으로 북한을 이용해왔다. 툭하면 색깔론을 펴고 북한이 위협하고 있다며 안보논리를 내세우면 진보민주세력은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반북모략책동이 국민에게 먹히지 않는다. 이 점은 촛불항쟁이 승리해나갈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많은 사람이 반북모략책동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이유를 성장한 국민의식에서 찾는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만약 북한 정권이 붕괴했거나 혹은 수세에 몰려 있는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지금처럼 촛불항쟁이 승리할 수 있었을까? 이 점을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1) 적폐가 힘을 쓰지 못하는 배경

 

적폐세력은 북한을 자신들의 통치를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이용해왔다. 박근혜의 경우엔 2014년 초 느닷없이 ‘통일대박’론을 꺼내 들었다. 남재준 당시 국정원장 또한 “오는 2015년에는 자유 대한민국 체제로 조국이 통일돼 있을 것”이라며 간부들과 “조국 통일 달성을 결의하는 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통일대박론의 속내에는 박근혜의 영구집권 야욕이 서려있었다. 북한이 붕괴하면 통일을 완수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무기한으로 집권할 수 있는 개헌을 추진하려던 것이 통일대박론의 의도로 보인다.

 

박정희는 바로 이런 방법으로 영구집권을 추진한 바 있다. 박정희는 1972년 7월 4일, 북한과 7.4남북공동성명을 합의했다. 그러나 박정희는 3개월 후인 10월 17일, 남북통일을 실현하기 위해선 비상조치가 필요하다고 유신체제를 선언했다. 7.4공동성명 합의로 남북통일을 바라는 여론이 높아지자 이를 악용한 것이다.

 

“나는 평화 통일이라는 민족의 염원을 구현하기 위하여 우리 민족 진영의 대동단결을 촉구하면서, 오늘의 이 역사적 과업을 강력히 뒷받침해 주는 일대 민족 주체 세력의 형성을 촉성하는 대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약 2개월간의 헌법 일부 조항의 효력을 중지시키는 비상 조치를 국민 앞에 선포하는 바입니다.”

 - 국가 비상사태 선언에 즈음한 특별 담화문 (10.17 유신선언)

 

이런 식으로 친미친일적폐세력은 대대로 북한 변수를 이용해왔다. 5.16쿠데타, 유신체제, 12.12쿠데타, 광주학살, 1987년 대선. 이런 중요한 시기마다 적폐는 항쟁을 무력화하고 정권을 연장하기 위해 북한을 악용했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선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가 북한에 군사도발을 청탁했다는 총풍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명박, 박근혜도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처럼 보수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조작사건을 일으켰다. 최근까지도 언론은 모란봉악단 단장으로 알려진 현송월이나 김영철 조선노동당 부위원장이 숙청됐다는 가짜뉴스를 빈번하게 보도하고 있다. 

 

‘통일대박’론은 통일을 빌미로 영구집권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제2의 유신을 위한 시도였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당시 민주당 내에서도 이 통일대박론에 넘어간 사람들이 있었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이인영 현 통일부 장관이다. 이인영 장관은 박근혜가 흡수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통일지성 원탁회의’, ‘통일준비위원회’ 같은 기구를 내왔을 때 “바람직하다”, “즉각 시행해야 할 일”이라며 적극 지지했다. 

 

이인영 장관이 박근혜의 흡수통일 정책에 동참한 건 북한이 붕괴할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북한이 붕괴할 거라고 믿은 이인영 장관은 박근혜에게 통일 이슈를 빼앗길까 조급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통일 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박근혜의 정책에 동조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만약, 정말로 북한이 무너지고 흡수통일이 됐으면 어떻게 됐을까? 박근혜는 탄핵되기는커녕 개헌을 통해 영구집권하는 데 성공했을 수도 있다. 아마 북한 정권이 붕괴할 조짐만 보였더라도 적폐의 반북공세에 짓눌려 촛불항쟁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붕괴하지 않았고 지금껏 견고하다. 북한이 건재함으로써 박근혜의 영구집권 시도는 봉쇄되었다. 북한이 흡수통일되지 않았다는 것이 촛불항쟁이 성공할 수 있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북한이 공고하다는 건 촛불항쟁이 지금껏 계속될 수 있는 환경이 되기도 한다. 적폐세력은 촛불항쟁에 맞서 역전을 노리고 있다. 이런 전국민적인 항쟁을 무위로 돌리기 위해 적폐들이 쓸 수 있는 ‘패’는 북한 변수밖에 없다. 적폐세력은 조국 전 장관을 공격하기도 해봤지만, 이는 결정적인 패는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어디까지나 남북관계이다. 

 

그런데 북한은 2017년에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국가핵무력을 완성한 북한은 오늘날 미국마저도 강압적인 태도로 압박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은 2021년 2월 28일에 한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에 ‘화염과 분노’ 발언을 했던 건 전쟁을 막기 위해서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이 미국을 핵공격 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실토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러니 적폐세력이 아무리 북한과 대결해야 한다고 핏대 세우며 주장해도,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 전쟁을 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게 되었다. 국민은 남북대결 고조를 바라지 않고 한반도 평화를 확고히 지향하게 되었다.

 

천안함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천안함사건은 2010년 3월 26일에 일어났다. 그해 6월에는 지방선거가 있었다. 이명박은 선거에 천안함사건을 이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반북 여론을 일으키려 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 등 진보민주세력은 보수정당을 뽑으면 전쟁이고, 진보민주정당을 뽑으면 평화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지방선거는 어떻게 되었을까? 천안함이 침몰한 대형 사건이 터졌는데도 평화를 호소한 진보민주세력이 승리했다. 민심이 평화·번영·통일로 기울어졌다는 걸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2018년에는 전국민이 남북 화해의 장이 된 평창올림픽에 환호를 보냈다. 그해에도 지방선거가 있었는데, 이 지방선거는 민주당이 휩쓸었다. 광역단체장 총 16석 중 14석을 민주당이 가져갔고 기초단체장에서도 민주당 151석 대 자유한국당 53석이라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민주당 대 자유한국당은 광역의원에선 652석 대 137석, 기초의원에선 1639석 대 1009석으로 민주당이 대승을 거뒀다.

 

2020년엔 서해 어업지도원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민심은 남북대결을 바라지 않았다. 당시 북한은 발 빠르게 전통문을 보내 조사 결과를 자세히 설명하면서 불미스러운 일로 우리 국민에게 실망감을 더해 주게 되어 미안하다는 뜻을 전해왔다. 그러자 반북 여론을 형성하려는 적폐들의 시도는 완전히 무력화됐고 서해 어업지도원 사건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버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적폐정당은 자중지란에 빠졌다. 적폐세력의 전통적인 선거전략인 반북책동이 먹히지 않으니 살길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과 전쟁을 하자는 강경책을 펴면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그렇다고 평화협력을 주장하자니 민주당에 주도권을 빼앗길 게 뻔하기 때문에 이도 저도 못하는 것이다. 그 결과 2020년 총선에서는 진보민주세력이 전체 300석 중 180석에 달하는 국회의원 의석을 차지하는 엄청난 결과가 나오게 되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자 남북대결책동을 벌여온 보수적폐들은 궁지에 몰리게 되었고 평화와 통일을 외치던 진보민주세력에 유리한 지형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2) ‘경제는 보수’라는 프레임이 깨진 배경

 

또 하나, 적폐들이 안보와 함께 내세우는 건 경제다. 적폐는 미국을 따르면 경제를 살릴 수 있다며 지지를 얻어왔다. 적폐는 과거에 항쟁이 일어나면 그에 맞서 잘 먹고 잘살게 해주겠다는 경제논리로 항쟁세력을 고립시키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전략이 먹히지 않는다. 미국을 위시한 세계 자본주의가 파국에 빠져들고 있으니 적폐세력이 경제성장을 이뤄주겠다고 호언장담해도 국민은 믿지 않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도 북한 변수가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미국은 1970년대 오일 쇼크와 1980년대 쌍둥이 적자를 겪으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이런 미국을 구원해준 건 소련 붕괴였다. 미국은 소련과 동구권 사회주의 나라들이 붕괴하자 이들 나라에 침투해 미국의 경제 이익을 실현해냈다. 그러나 이것도 오래가지 않았고, 미국 경제는 또다시 침체하기 시작했다. 

 

미국 등 세계자본주의는 다음 출로를 동북아시아에서 찾았다. 소련이 붕괴했고 중국은 경제개방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만 무너뜨리면 미국이 동북아시아를 장악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만주와 시베리아에 진출하고 유럽까지 연결할 수 있는 거대한 경제부흥의 장을 차지하게 된다. 동북아 경제권은 자본주의권의 100년 성장도 이끌어 낼 수 있는 거대한 블루오션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무너지지 않았고 대신 미국의 대북정책이 파산됐다. 미국으로 기울던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중심으로 반미자주적 입장을 강화해나갔다. 북한을 무너뜨리고 동북아를 장악해 경제성장을 이루려던 미국의 꿈은 실현불가능하게 되었다. 출로를 잃은 미국과 세계 자본주의는 경제위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되었다. 그 결과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와 오늘날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파국을 맞게 되었다.

 

그러니 국민은 이제 적폐가 친미친일사대주의를 해서 경제성장을 이루자고 해도 더 이상 동조하지 않는다. 반면, 북한은 세계 경제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민은 북한과 손잡는 게 번영의 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결과 오늘날 정치권에서는 누구나 북방경제를 우리 경제의 활로로 내세운다. 박근혜는 러시아와 천연가스관 연결 사업을 추진하며 남-북-러 경제협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은 2018년 ‘한반도 평화 이니셔티브’ 정책을 추진하며 남북공동경제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정책을 내기도 했다. 2018년 지방선거 때 자유한국당 남경필 경기도지사 후보는 “남북관계가 풀리면 그때부터 남북협력사업을 준비해서는 늦는다”라며 “미리 준비했다가 길이 열리면 바로 남북협력사업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민은 미국을 향해서는 자주적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이 방위비분담금을 인상하거나 주한미군 병사들이 방역지침을 어기는 등 미국이 잘못을 저지르면 국민 속에선 이럴 거면 주한미군을 철수하라는 주장이 스스럼없이 나온다. JTBC가 2월 22일에 보도한 기사 <주한미군 포함 ‘몰래 술판’..경찰 오자 ‘필사의 줄행랑’>에도 “전작권 환수. 주한미군 철수가 자주국방 지름길이다”, “다 추방시켜라!” 등 주한미군 철수를 촉구하는 댓글이 수두룩하게 달렸다.

 

만약, 북한이 붕괴했거나 경제위기를 겪는다면 지금처럼 평화와 번영, 통일을 지향하는 목소리가 높이 울려 퍼지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대신 살기 위해선 친미친일사대주의를 해야 한다는 적폐세력들의 주장이 여전히 힘을 발휘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적폐를 청산하자는 촛불항쟁이 승리하기 어려워진다. 북한이 건재하다는 것이 국민주권의식을 높이고 촛불이 타오를 수 있는 배경으로 되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3) 민심은 평화, 번영, 통일

 

작년에 민심이 얼마나 평화와 번영, 통일을 바라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있었다. 바로 북한의 조선노동당 창건 75돌 열병식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 열병식에서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빨리 이 보건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합니다”라고 우리 국민에게 인사를 보냈다. 국민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인사에 반색하며 다시 남과 북이 교류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의 열병식이 남북관계에 훈풍을 불러일으킨 신기한 장면이었다. 지금은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놓여 있지만, 국민은 여전히 2018년에 느낀 감동을 기억하고 남북관계가 발전하길 바라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그만큼 남북관계 발전에서 살길을 찾고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확고한 여론은 적폐세력에게는 사망선고나 다름없다. 반면 진보민주세력에겐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이다. 오늘날 북한 변수는 촛불세력, 촛불항쟁을 가능하게 하는 긍정적인 중대 변수라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사실은 촛불항쟁이 나아갈 앞길에도 시사점을 준다. 촛불항쟁 세력이 자기 구상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평화·번영·통일이라는 촛불염원을 실현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극우보수적폐세력에 재기할 틈을 주지 않고 완전히 괴멸시킬 수 있다. 평화·번영·통일이 적폐 없는 세상을 만드는 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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