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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대하는 미국의 이중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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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21-03-03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2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시도’와 관련해 러시아 개인과 기관, 기업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연방보안국(FSB) 국장과 이고리 크라스노프 검찰총장, 안드레이 야린 러시아대통령 정책실장, 세르게이 키리옌코 러시아대통령 행정실 제1부실장, 알렉산드르 칼라시니코프 연방교정국 책임자, 국방차관 2명 등 러시아 고위관리 7명이 제재 명단에 올랐다. 

 

러시아의 제27호 과학센터, 제33호 과학시험연구소, 국가유기화학기술연구소 등 과학 기관 3곳과 연방보안국 등 보안기관 2곳, 미국이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고 지목한 14개 기업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제재 대상과 관련된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며 제재 대상들과의 거래는 기소대상이 된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화학무기 사용과 인권 침해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기 위해 권한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이 ‘인권침해’를 두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대하는 태도는 러시아와 상당히 대조적이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지난 2월 26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왕세자가 정권에 비판적이었던 언론인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했다고 결론 내린 기밀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왕세자는 카슈끄지를 왕국에 대한 위협으로 봤고 그를 침묵시키기 위한 폭력적 조치를 광범위하게 지원했다”고 밝혔다. 카슈끄지 살해팀에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왕실경호대 요원 7명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미국 재무부는 보고서 공개 후 카슈끄지 암살에 관여한 무함마드 왕세자 경호담당자, 전직 관료 등 사우디 시민권자 76명에게 경제 제재를 가하고 미국 비자 발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암살을 지시한 무함마드 왕세자는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다. 왕세자의 반인권 범죄 혐의에 대해 사실상의 면죄부를 준 것이다.  

 

러시아를 상대로는 고위직 관료들을 줄줄이 제재 목록에 올린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를 대상으로는 하위 공무원 몇몇을 제재하고 끝낸 것 역시 대비된다.  

 

미국의 주장대로라면 나발니 사건과 카슈끄지 사건은 한 나라의 권력자가 그에 대항하는 정적을 제거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유사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동일하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 같은 이중적 대응은 사우디아라비아 미국의 대 중동정책에 있어 중요한 국가이고 미국이 막대한 무기 수출을 하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말하는 ‘보편적 인권’이 ‘정치적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미국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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