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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들의 알바이야기] ‘무엇보다 사람을 귀하게, 소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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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김 씨
기사입력 2021-03-04

내가 3개월 조금 넘게 일하고 있는 패스트푸드점에서는 같은 시간대 약 열두 명 정도가 함께 일합니다. 다양한 역할이 세분화, 분업화되어 있어서 모두가 손발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어딘가 삐걱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지요.

 

가혹한 노동 강도로 악명 높은 이곳에서 알바를 시작하면서 가장 걱정됐던 점은 바로 사람들과의 관계 문제였습니다.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날카로운 고성이 오가지는 않을까, 고강도 노동으로 지쳐 짜증스러운 말투가 가득하지는 않을까 겁이 났습니다.

 

걱정과 달리 일하며 만난 동료들은 그 무엇보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작은 것에도 서로에게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약 3개월의 시간 동안 일하며 느낀 것 중 몇 가지만 소개하려고 합니다.

 

사실 제가 사는 곳에서 제일 가까운 매장은 지금 일하는 곳이 아닙니다. 훨씬 더 가까운 매장은 집 근처에 따로 있습니다만 굳이 조금 더 먼 매장으로 지원한 이유가 저 나름대로 있었습니다. 그래도 내 일터가 될 곳인데 이왕이면 넓고 깨끗한 매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철없는 생각에서 시작해서 카카오 지도에 두 매장을 검색해서 손님들이 작성한 후기까지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매장은 종종 이용할 때마다 매장이 비좁은 건 둘째 치고 바닥이며 테이블 의자까지 너무 지저분하고 깨끗한 적이 도통 없어서 갈 때마다 직접 테이블을 닦고 앉아야 하는 게 늘 불편하고 싫었습니다. 더불어 카카오지도 후기도 직원들이 너무 불친절하다는 얘기가 많아서 나랑 같이 일하게 될지도 모를 미래의 동료들이 불친절하다는 얘기는 그다지 반갑지 않게 다가왔습니다.

 

반면에 지원한 매장은 홀도 넓고(그 넓은 홀을 다 제가 청소해야 하는 것임을 그땐 왜 몰랐을까요) 매장도 깨끗하고(그것도 다 제가 쓸고 닦아야 함을 그땐 왜 몰랐을까요) 카카오지도 후기도 직원들이 너무 친절하고 좋다고 해서 더 마음이 그쪽으로 기울었습니다.

 

그렇게 결국 넓고 깨끗한 매장에서 근무하게 되었는데, 일을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되었을 때 같이 일하던 선배 노동자가 내가 역 근처에 산다고 말하니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거기 살면 더 가까운 매장 있는데 왜 여기로 왔어요?”

 

저도 모르게 거기서 헛소리를 줄줄 할 뻔했습니다. 나도 이제는 손님이 아니라 매장 직원의 입장이면서 “그 매장 너무 더럽고 직원들이 불친절하다고 해서요, 여기가 후기도 좋더라고요”라고 말이 뇌를 거치지 않고 다 나오려는 순간, 내 말을 제대로 못 들은 선배 노동자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우리 매장은 손님들이 다 착하셔서 좋은 편이에요. 역 근처 매장은 손님이 매장에 와서 진상부리는 경우가 많아 힘들다고 하던데, 우리 매장은 손님들이 너무 좋으셔서 일하기 어려운 건 없어서 좋아요.”

 

저는 다분히 매장을 이용하는 손님의 입장에서 직원들이 친절한 매장이 어딘지, 깨끗한 매장이 어딘지만 생각했습니다. 이것저것 재고 따지며 일자리를 골랐는데... 정작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그렇지 않았던 것입니다. 

 

일하는 사람들은 깨끗한 매장을 위해서 눈코 뜰 새 없이 뛰어다니며 매일 매장을 쓸고 닦아도, 고생한 티 한번 낼 줄 모르고 오히려 우리 매장에 오는 손님들 다들 너무 착하다며 감사히 여기는 따스함을 갖고 있었습니다.

 

고된 노동 강도를 자랑하는 패스트푸드점에서 고단한 노동에 대한 힘듦보다 따스한 손님의 말 한마디에 감사할 줄 아는 겸손한 노동자였습니다. 그들을 만나기 전 가졌던 오만한 생각들이 떠올라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더불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함께 일하는 동료를 귀하게 여기는 직원들의 모습은 고된 노동마저 잊게 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미숙하고 서툰 신입 노동자들이 들어와 실수를 연발해도 괜찮다며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반복해서 알려주며 격려해주고, 관리자가 매장 곳곳을 지적하며 직원들을 괴롭히고 난 뒤에는 행여 누군가 날 선 말에 상처받았을까 어깨를 토닥여 주기도 합니다.

 

진흙 속에서 더 아름답게 피어나는 연꽃처럼, 어렵고 힘든 노동환경 속에서 더 빛나는 사람의 귀중함을 매일 보고 느끼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더 나은 노동환경에서 일하며 행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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