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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으로 높아진 주권의식…‘권선징악’ 주도한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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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기사입력 2021-03-17

촛불혁명으로 촉발된 권선징악·사필귀정

 

 

“역사적인 촛불혁명은 세계 시민들의 찬사와 지지를 받았고 결국 권선징악·사필귀정의 주권자 혁명을 일궈내고야 말았습니다. 이번 탄핵은 국민의·국민에 의한·국민을 위한 촛불혁명이 만들어낸 위대한 변화이고, 전적으로 우리 국민들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지난 2017년 3월 20일,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대변인을 맡은 안진걸 당시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이 고발뉴스 인터뷰에서 전한 말.

 

권선징악과 사필귀정은 촛불혁명을 상징하는 단어다. 두 단어를 각각 풀이하면 “선을 권하고 악을 벌한다”,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길로 돌아가게 마련”이라는 뜻이다. 국민이 직접 ‘국정농단의 정점’ 박근혜를 끌어내린 촛불혁명 이후 권선징악과 사필귀정은 우리 사회의 흐름이 됐다.

 

불의 응징하는 국민 : 배구계·연예계 학교폭력 논란

 

그렇다면 촛불혁명 이후 4년째를 맞는 2021년은 어떨까? 최근 국민이 주도해 권선징악·사필귀정을 이룬 대표 사례로 배구계 학교폭력(학폭) 논란, 그에 따른 이재영·이다영 선수 퇴출을 꼽아볼 수 있다.

 

논란은 같은 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소속이자 선배인, ‘세계 1위’ 김연경 선수를 겨냥해 쓴 듯한 이다영 선수의 사회관계망 ‘저격 글’에서 시작됐다. 이다영 선수는 “괴롭히는 사람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괴롭힘당하는 사람은 죽고 싶다”라는 글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다. 이다영 선수는 지난해 연말부터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특정 사람을 언급하는 듯한 글을 자주 올렸는데,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사이가 좋지 않다고 알려진 김연경 선수를 겨눈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런데 뜻밖의 반전이 벌어졌다. 지난 2월 10일, 중학교 시절 이재영·이다영 선수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폭로가 네이트판 게시판에 올라온 것이다. 폭로에 따르면 이재영·이다영 선수는 학생 시절 피해자들에게 손찌검, 흉기 협박, 금품 갈취, 도둑질, 폭언, 외압, 집단 얼차려, 부모님 모욕, 가혹행위 강제가담 요구 같은 끔찍한 폭력을 벌였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두 자매와 대비되는 김연경 선수의 인성이 주목을 받았다.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이 우승을 했는데도 배구협회는 선수들에게 김치찌개를 사줬다고 한다. 이에 김연경 선수가 자비로 동료 선수들에게 고급 뷔페를 쐈다는 미담이다. 

 

반면 이재영·이다영 자매는 학폭 논란으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괴롭히는 사람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은 죽고 싶다’라고 이 글을 가해자가 올렸더라고요. 본인이 했던 행동들은 새까맣게 잊었나 봅니다. 본인도 하나의 사건의 가해자이면서 저희에게 어떠한 제대로 된 사과나 반성의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고 도망치듯이 다른 학교로 가버렸으면서 저런 글을 올렸다는 것이 너무나 화가 나면서 황당합니다. 가해자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을까요? 미안한 마음이 있기나 한 걸까요?” -이재영·이다영 자매에게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네이트판 게시판에 쓴 글.

 

위 글은 널리 공론화되고 언론에도 보도되면서 사실로 드러났다. 침묵하던 두 자매는 뒤늦게 잘못을 반성한다면서 자필 사과문을 내놨지만,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두 자매가 소속된 흥국생명 구단은 처음에는 “당분간 두 선수가 심리를 안정해야 해서 자택에서 휴식하기로 했다”라고 발표했다. 배구계에서는 ‘흥국생명이 두 자매 선수를 빼고 1위를 할 수 있겠냐’ ‘징계 조치가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라며 가해자를 옹호하는 뒷말도 나왔다. 

 

이렇듯 학폭 가해자를 두둔하는 듯한 배구계 전반의 안일한 인식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결국 배구계는 분노한 여론에 떠밀려 두 자매의 무기한 출전 정지 결정을 내렸다. 또한 방송국에서는 자매가 함께 출연했던 예능 프로그램의 ‘다시 보기’도 삭제했다. 여론의 분노와 행동이 없었다면 두 선수의 퇴출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후에도 피해자들의 추가 폭로가 이어졌고 이재영·이다영 자매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학폭을 벌여왔음이 밝혀졌다. 이렇게 학폭 논란의 한복판에 선 ‘쌍둥이 스타 자매’ 이재영·이다영 선수는 배구계에서 사라졌다. 학폭 파장은 과거 학폭 가해를 벌였는데 반성 없이 스리슬쩍 복귀한 선수들, 감독들에게도 번졌고 그들도 배구계에서 퇴출당했다.

 

이는 사회관계망을 통해 잇따라 올라온 피해자들의 호소에 국민이 함께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 2월 17일,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해 학교폭력 가해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 박탈 여부를 물은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 70.1%가 “일벌백계가 필요하다”라고 찬성했다. 그리고 14만 명이 넘는 국민이 이재영·이다영 선수를 프로배구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참했다. 

 

앞서 지난 2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스포츠 인권 문제 해결을 당부했고 국무회의에서는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 통과됐다. 여론을 받들어 정부가 나선 모습이다. 이처럼 국민이 가해자 퇴출과 학폭 대책 수립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배구계 학폭 논란의 의의는 크다. 

 

이번 학폭 사례는 유명하고 실력 있는 스타 선수라고 해서 ‘과오를 덮어주자’라는 과거의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음을 증명했다. 이재영·이다영 자매가 배구계에서 퇴출당하면서 두 선수의 어머니인 김경희 씨가 현역 배구선수 시절 학폭 가해자였다는 논란도 새롭게 점화됐다. 또한 이재영·이다영 자매가 유명한 스타 선수로 떠오른 배경으로는, 김경희 씨를 비롯한 ‘배구계 적폐세력’의 입김이 있었다는 의혹도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연예계 학폭 논란도 배구계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들은 드라마 <달이 뜨는 강>에 주인공으로 출연하던 남성 배우 지수가 벌인, 입에 담기에도 끔찍한 학폭 사례들을 공개했다. 한동안 침묵하던 지수는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실에 잘못을 인정하며 드라마에서 하차했다. 해당 드라마는 여론에 맞춰 발 빠르게 새로운 배우를 주인공으로 투입해 방영을 이어가고 있다. 

 

치킨집 사장님에 쏟아진 주문 ‘의로운 일’에 보탠 힘

 

의로운 일에 힘을 보태고, 불의한 일에 주저 없이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날마다 더 큰 힘을 받고 있다.

 

“치킨집 사장님에게 돈쭐을 내주자!”

 

서울시 홍대입구역 근처 모 치킨집에 쏠린 시민들의 반응이다. ‘돈쭐’이란 ‘혼쭐’에 빗댄 말로, 치킨집 사장님이 어려운 살림살이를 펼 수 있도록 치킨을 주문해 돕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제주, 부산 등 시민들은 먼 곳에서 주문만 하고 ‘음식은 받지 않아도 된다’라며 선물과 편지를 사장님에게 한가득 보냈다. 

 

한 치킨집이 이렇게 국민의 큰 사랑을 받게 된 건 무척 보기 드문 일이다. 사연의 주인공은 박재휘 사장님이다. 1년 전, 한 형제가 치킨 골목에 들어섰다. 부모님을 여의고 할머니와 살던 형제, 형은 치킨이 먹고 싶단 동생의 말에 5,000원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가게마다 퇴짜를 맞은 형제는 박재휘 사장님 가게 앞에서 우물쭈물하며 “5,000원밖에 없는데 치킨을 살 수 있냐”라고 물었다. 박재휘 사장님은 형제를 흔쾌히 가게 안에 들였다.

 

사장님은 형이 건네는 5,000원을 끝내 받지 않았고, 가게에서 가장 비싸고 맛있는 치킨을 형제 앞에 줬다. 또 “치킨이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오라”라며 영수증 대신 사탕 2개를 건넸다. 나중에 동생이 형 몰래 치킨집을 찾았을 때도 사장님은 반기며 공짜로 치킨을 줬고, 미용실에도 데려가며 친아들처럼 돌봐줬다. 모든 사연을 알게 된 형은 1년이 지나 치킨집 본사로 손편지를 썼다. 본사는 편지를 공개했고, 미담은 사회관계망을 통해 퍼져 삽시간에 화제가 됐다. 

 

1년 전, 치킨집은 코로나 사태로 매출이 반으로 뚝 떨어져 월세도 내지 못하고, 식자재도 주문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형제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치킨을 건네는 인정이 있었다. 1년 후 치킨집은 밀려드는 주문 폭주로 영업을 잠시 중단한 상태다. 미담을 전해 듣고 박재휘 사장님을 응원하는 따뜻한 인정이 잔뜩 모여든 덕이다.

 

박재휘 사장님은 한 인터뷰에서 다시 찾아온 동생을 보며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다시 와줘서 너무 좋았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사장님의 마음이나, “자영업자들이 어렵다고 하는데”라며 편지에서 사장님을 걱정하는 형의 마음이나, 사장님을 돕는 사람들의 마음이나 모두 한결같이 따뜻하고 값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알바로 생계를 이어가는 형은 손편지에서 “저도 (박재휘) 사장님처럼 사람들 도와주면서 사는 멋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라고 전했다. 또 사장님이 출연한 유튜브 영상에 댓글을 달며 또 하나의 감동을 선사했다. 

 

“사장님 덕분에 치킨집 나오고 엄청 울었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좋은 분이 계신다는 게 저한테는 정말 기뻤어요. 그날 오랜만에 동생의 미소를 봤습니다. 할머니께서도 동생이 웃는 걸 보고 기분 좋으셨더라고요. 열심히 공부해서 사장님께 은혜 갚겠습니다.” -형이 박재휘 사장님에게 전한 말.

 

이를 보면 ‘의로움’을 추구하는 우리 국민이 주도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촛불혁명과 국민주권시대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에서도 나오듯, 권선징악과 사필귀정은 뭇사람들의 시대를 뛰어넘는 염원이다. 하지만 그동안 권선징악과 사필귀정은 그저 동화에서나 나오는 이야기로 여겨지기 일쑤였다. 실제 현실에서는 극소수 기득권이 ‘99% 을들’에 갑질을 부리는 통에 평범한 사람들은 자기 목소리를 잘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대한민국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앞서 소개한 이재영·이다영 자매가 벌인 학교폭력을 다시 생각해보자. 사실, ‘적폐들’이 가해자 편에서 뭉치며 지켜주고 보호해주려는 모습은 여전하다.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인 이재영·이다영 자매 감싸기에 급급하던 배구계의 초기 대응을 봐도 우리 사회의 적폐들은 바뀌지 않았다. 

 

피해자들이 용기 내 밝힌 목소리에 함께 마음 아파하고 분노하며 가해자 퇴출을 이끌어낸 건 바로 우리 국민이다. 이제 국민은 불의를 응징하고 정의에는 응원을 보내길 주저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은 이재영·이다영이라는 개인을 넘어 학폭, 갑질이라는 사회 전반의 적폐청산을 촉구하고 있다.

 

이 전환점에는 촛불혁명이 있다. 시민들이 광장에서 얼굴을 맞대며 함께 촛불을 든 경험, 불의에 맞서 큰 정의를 실현했다는 짜릿한 승리감은 현재진행형이다.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국민은 ‘주인인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라는 굳센 자신감과 주권의식을 얻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을 바야흐로 ‘국민주권시대’로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흐름이 이어진다면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으로 탈바꿈한 정의로운 대한민국도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하다. 앞으로도 우리 국민은 불의를 응징하고 정의에 힘을 실으며 세상을 바꾸기 위한 발걸음을 힘차게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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