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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지금] 너무나 달랐던 러·미 장관의 한국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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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선 통신원
기사입력 2021-04-02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이 3월 23일~25일 한국을 방문했다.

 

라브로프 장관이 참석한 첫 공식 행사는 한·러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2020-2021 한·러 상호 교류의 해’ 개막식이었다. 한·러 양국은 한·러 수교 30주년을 맞는 2020년을 ‘상호 교류의 해’로 선포하고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상황으로 미루고 미루다 올해에 열리게 된 것이다. 개막식은 양국 외교부 장관 축사, 푸시킨 메달 수상식, 조형물 점등식, 합동 재즈공연 순으로 진행되었다.

 

한·러 외교 장관들은 3월 25일 오전 회담을 통해 한반도 문제와 국제 현안을 논의했다.

 

▲ 3월 25일 열린 한·러 외교장관 회의  © 이인선 통신원

 

또한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부 차관은 3월 29일 한국을 찾아 국방부 청사에서 박재민 국방부 차관과 제4차 한·러 국방전략대화를 열고 한반도를 포함한 지역 안보 정세와 양국 간 국방교류협력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17일 오후 한국을 방문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오후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한 뒤 외교부 청사에서 오후 6시 반부터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만났다. 블링컨 장관은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의 안정과 번영의 핵심축이라며 동맹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과 오스틴 장관도 오후 4시 15분경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갖고 한미연합훈련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한미 연합방위태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18일 오전에는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담이 열렸다. 블링컨 장관과 오스틴 장관은 이후 문 대통령을 예방하고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만났다.

 

이번 글에서는 러·미 장관들이 한국에서 한 발언을 통해 이들의 방한 이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 러·미 장관의 방한 이유

 

러시아

 

한·러 양국은 2020년 6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수교 30주년(2020년) 기념 ‘한·러 상호 교류의 해’를 올해로 1년 연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한·러 수교일은 1990년 9월 30일이다.

 

한·러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2020-2021 한·러 상호 교류의 해’ 개막식이 3월 24일 한·러외교부 공동 주최로 개최되었다.

 

외교부 관계자는 라브로프 장관의 이번 방한이 양국 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우호 협력 관계를 더욱 심화시켜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은 중·러 선린우호 조약 체결 20주년 기념 중국 방문을 마치고 3월 23일 한국을 찾았다. 

 

라브로프 장관은 24일 오후 열린 개막식에서 양국이 수교 이래 안보, 경제, 문화, 교육 등 다방면에 걸쳐 견고하고 호혜적인 협력 기반을 구축해왔음을 평가하면서 이번 한·러 상호 교류의 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양국이 함께 노력해가자고 강조했다.

 

3월 25일 한·러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다. 회담에는 한국 측에서 정의용 장관·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김건 차관보·최영삼 대변인이, 러시아 측에서는 라브로프 장관·안드레이 쿨릭 주한러시아 대사·미하일 슈비트코이 대통령 특별대표·마리아 자하로바 대변인이 참가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회담에 앞서 한국 기업이 러시아 코로나19 백신의 위탁 생산을 언급하며 “러시아와 한국이 공동 노력을 해서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이 분야에서 한국과 러시아가 모범사례로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협력을 강조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한국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러시아의 중요하고 잠재력이 큰 협력국이라고 덧붙였다.

 

라브로프 장관은 회담 직후 언론 발표에서 한·러 양국이 한반도 일대의 모든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해결을 위해 당사자들 간의 협상 과정을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 재개할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의 평화롭고 안정된 상황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 노력이 군비 경쟁을 계속하고 어떤 형태로든 군사 활동의 구축을 거부하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특히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에서 군비 경쟁 주체가 최근 연합군사훈련을 진행한 한·미 양국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3월 29일 열린 제4차 한·러 국방전략대화.  © 이인선 통신원


국방부에 따르면 박재민 국방부 차관은 3월 29일 국방부 청사에서 포민 러시아 국방부 차관과 제4차 한·러 국방전략대화를 했다. 차관급 정례회의체인 한·러 국방전략대화는 지난 2012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열리지 않았다.

 

포민 차관은 한국 정부의 한반도 평화 정책을 지지한다며 러시아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서욱 국방부 장관은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 오스틴 국방부 장관과 18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2+2회의를 진행했다.

 

양국 장관들은 회의 후에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미국의 동맹 중시 노선을 강조하며 한반도 일대에 군 전력 태세와 역량을 확보한다고 밝혔다.

 

양국 장관들은 “동맹의 억제 태세를 강화해 나가기로 하고 연합 훈련・연습을 통해 동맹에 대한 모든 공동 위협에 맞서 합동 준비태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전쟁 훈련이라 불리는 연합 훈련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양국 장관들은 주한미군을 한반도 및 역내 평화와 안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지속 수행하는 대상으로 보고 주한미군 주둔의 의미를 부여했다.

 

한미 양국은 공동성명문에서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지만, 북과 중국을 겨냥한 행동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역내 안보 환경에 대한 점증하는 도전을 배경으로, 한미동맹이 공유하는 가치는 규범에 기초한 국제 질서를 훼손하고 불안정하게 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라고 언급한 점에서 군 전력 태세와 역량 확보가 목적은 북과 중국을 겨냥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이는 동북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북과 중국의 위협이 커지고 있기에 동맹이 필요하다는 바이든 정부 주장의 연장선이다. (참조 기사-http://www.jajusibo.com/54832)

 

◆ 전쟁과 평화

 

“전쟁의 목적은 사람을 죽이는 거야. 전쟁의 도구는 간첩, 반역의 장려, 주민의 황폐, 군대를 유지하기 위한 강탈과 절도, 전략이라는 이름이 붙은 속임수와 거짓말이야.” 레프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중

 

러시아 장관들과 미국 장관들이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각기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장관들과의 접견에서 “양국 국민들도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으로서 한미동맹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을 든든하게 생각할 것이다”라며 미국의 동맹 중시 노선에 일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우린 북한(DPRK) 비핵화를 위해 한국, 그리고 일본을 포함한 다른 동맹·우방국들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며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 비핵화’란 표현을 썼다. 미 국방부 또한 한미 국방장관회담 뒤 배포한 자료에서 “두 장관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북한(North Korea)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원한다는 약속을 강조했다”라고 설명했다.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미 장관회담에 앞서 3월 10일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의 미사일 역량 강화에 대한 대응책을 묻자 한국군과 미군의 방공 미사일방어군은 매우 견실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현재 미국의 미사일방어청(MDA)이 세 가지 역량을 개발하고 있다며 그중 하나가 이미 한반도에 배치됐다고 말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나머지 두 가지 요소도 올해 안에 한반도에 전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때 1987년 러시아와 맺은 중거리핵전력(INF) 탈퇴했다. 이에 미사일 개발에서 자유로워졌고 현재는 오키나와와 필리핀을 연결하는 ‘제1도련선(쿠릴열도~일본~대만~필리핀~말라카 해협)’에 대중 미사일망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한·미 장관회담을 두고 미국의 전쟁 구상에 한국이 따라가는 결과를 낳았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기도 한다.

 

이에 반해 러시아 장관들은 한국의 평화 정책을 지지하되 군비 경쟁 없는 평화, 교류 협력하는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앞서 언급한 내용 외에도 개방적인 다자 협력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한국 측이 많은 흥미로운 제안을 했다며 개방성 있는 포용적인 협의체 참여에 관심을 표했다. 앞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 장관도 지난달 정 장관과의 첫 통화에서 개방과 지역 협력 메커니즘에 지지했다.

 

미국은 쿼드(4개국 안보협력체)를 중·러 등을 겨냥한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로 확대하고 한국을 영입하려 하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방한에 앞서 지난 22일 중국을 찾아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하면서 일방적인 괴롭힘과 타국 내정에 대한 간섭을 멈춰야 한다고 미국을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러·미 장관들이 한 말들은 누가 전쟁을 바라고 누가 평화를 진정으로 바라는지 보여준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나오는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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